삼성·LG, 양자 국지전에 중일 가세한 국제전까지…격화되는 TV 전쟁

2013-01-09 16:45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국내 전자산업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세계 최대의 가전전시회인 'CES 2013'에서 맞붙었다.

이번 CES를 앞두고 삼성전자는 110인치 초대형 TV를 전면에 내세운 반면, LG전자는 다양한 TV 라인업을 들고 나와 정면충돌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CES 개막과 동시에 두 회사가 곡면형 OLED TV라는 비장의 카드를 동시에 꺼내들면서 국지전이 전면전 양상으로 확대됐다. 여기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CES 행사에 참석키로 해 두 회사 간의 자존심 싸움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기술 격차를 빠른 속도로 좁히고 있는 일본과 중국 업체들과도 경쟁을 벌여야 하는 힘겨운 상황을 맞고 있다.

◆ "이제는 곡면 전쟁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CES 개막 첫 날 동시에 곡면형 OLED TV를 전격 공개했다. 행사에 참석한 기자들은 물론 업계 관계자들까지 예상치 못했던 깜짝쇼였다. 곡면형 OLED TV는 플렉서블(휘는) 디스플레이 기술이 부분적으로 적용돼 제품 생산을 위해서는 상당한 기술력이 요구된다.

권희원 LG전자 HE사업본부 사장은 "OLED 패널을 휘게 하는 기술적 난이도는 대단히 높은 편"이라며 "전자 계열사와 디스플레이 계열사 간의 협업이 잘 되고 있는 국내 업체들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부사장도 "이번에 곡면형 OLED TV를 내놓은 것은 기술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야심차게 준비한 제품인 만큼 두 회사 모두 신경전이 대단했다. 삼성전자는 행사 개막 전인 오전 9시쯤 55인치 곡면형 OLED TV 한 대를 전시하고 부스를 찾은 기자들에게 전격 공개했다. 이에 LG전자도 개막 즈음인 오전 10시쯤 곡면형 OLED TV 3대를 공개해 삼성전자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후에도 TV 두께와 패널의 휜 정도에 대해 서로 보도자료를 내는 한편 삼성전자가 상반기 중 출시하겠다고 발표하자 LG전자의 권 사장이 "경쟁사보다는 빨리 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받아치는 등 설전이 이어졌다.

두 회사가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TV 시장에서의 기술력 우위를 뺏기지 않기 위해서다. UHD TV 부문의 치열한 경쟁이 OLED TV 쪽으로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LG전자가 CES 개막 전인 지난 2일 OLED TV를 세계 최초로 출시한 만큼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더 이상 밀려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팽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의 CES 행사 방문은 두 회사 간의 경쟁에 기름을 끼얹는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9일 이건희 삼성 회장의 72세 생일 만찬에 참석한 뒤 곧바로 CES가 열리고 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이동한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07년부터 꾸준히 CES에 참석하고 있다.

구 부회장도 CES 참관 및 미국법인 방문차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경영진 수뇌부를 대거 대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 日·中 협공 물리쳐야

소니와 파나소닉은 이번 CES에서 56인치 4K OLED TV를 발표했다. 4K는 UHD와 비슷한 개념의 일본식 용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예상치 못했던 기습 공개였지만 곡면형 OLED TV에 밀려 생각보다 큰 주목을 끌지는 못했다. 그러나 UHD 기술과 OLED 기술을 결합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시도였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본격적인 양산체제에 돌입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중국 업체들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TCL과 화웨이, 하이얼 등 범중화권 TV 제조업체들은 80인치 이상의 대형 LCD TV와 50인치 이상의 UHD TV를 공개하며 만만치 않은 기술력을 과시했다.

삼성전자가 전시한 110인치 UHD TV의 패널을 중국 패널업체인 BOE가 생산하는 등 초대형 패널 생산기술까지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에 참석한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110인치 패널을 제작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상당한 수준의 기술력을 갖췄다는 의미"라며 "중국 업체들이 이미 베끼기 수준을 넘어서서 창의적인 시도들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은 일본과 중국의 기술 발전에 경계심을 드러내면서도 단기간 내에 격차가 급격히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권 사장은 "소니 등 일본 업체의 경우 최근 많이 어려워졌지만 원천기술을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중국도 과거에 비해 상당히 빨라졌다"면서도 "OLED 기술 등과 관련해 극복해야 할 문제들이 있기 때문에 양산체제로 돌입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