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박근혜 6조원 증액’ 놓고 진통 계속

2012-12-26 18:50
새해 예산안 처리 난항

아주경제 김봉철 기자= 여야는 26일 이른바 '박근혜 예산'을 놓고 기싸움을 벌이며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6조원 증액을 예산에 반영하려면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민주통합당은 '부자 증세'를 통한 재원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여야의 이 같은 논쟁은 지난 21일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가 '박근혜 예산' 발언을 처음 꺼내면서 촉발됐다.

당초 국회는 상임위별 예비심사를 거치면서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342조5000억원 규모)에 10조9590억원 증액을 요구했었다.

새누리당은 이와 별개로 총선과 대선에서 내세웠던 복지공약 실현을 위해 1조7000억원, 중소기업·소상공업 지원과 부동산경기 활성화를 위해 4조3000억원 등 총 6조원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예산안 증액에 대한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못할 경우, 27~28일로 예정된 본회의 예산안 처리도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실제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야 의석 분포는 법안소위 5대 5, 전체회의 12대 13이어서 야당의 협조 없이는 법안 처리가 어려운 상황이다.

기재위 야당 간사인 민주당 김현미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이 예결위에서 요구하는 1조7000억원 예산 증액 부분은 현행 세법으로는 마련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박 당선인이 부자 감세를 철회하고 약속대로 경제민주화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박 당선인이 의원직을 사퇴하면서 기재위에서는 야당이 13명(새누리당 12명)으로 다수당"이라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기재위 조세소위는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혜택축소' vs '부자증세'…재원확보 방식 입장 엇갈려

우선 여야는 '박근혜 예산' 반영에 필요한 재원 조달방안을 다루는 기재위에서부터 증세 방법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소득세와 법인세의 세율을 현행대로 유지하되 각종 비과세·감면혜택을 줄이고 과세 대상을 넓힘으로써 5000억~6000억원의 재원을 확충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억대 연봉자들이 연말정산에서 받는 공제총액을 2500만원 한도로 제한하고, 고소득 자영업자의 최저한세율(각종 조세감면을 받더라도 내야 하는 최소한의 세율)을 35%에서 45%로 높이는 방안을 마련했다.

또 과세표준 1000억원을 초과하는 대기업의 최저한세율을 14%에서 16%로, 과세표준 100억~1000억원인 중견기업의 최저한세율을 11%에서 12%로 각각 2%포인트와 1%포인트 상향조정하고,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금액을 4000만원에서 2500만원으로 낮추는 방식을 제시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소득세와 법인세의 과표와 세율을 직접 조정해 '부자 증세'로 재원을 확보하자는 입장이다.

소득세 최고세율 과표를 현행 3억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하향 조정하고, 법인세 역시 과표 500억원 이상 구간을 신설해 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리자는 것이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금액도 2000만원까지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결특위도 국채발행 여부 둘러싸고 마찰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양당 간사 협의를 매일 진행하고 있지만 기재위의 세제 관련 법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논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은 정부 예산안에서 2조원가량 삭감하고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통한 세원 확대 1조원 등을 감안할 때 2조~3조원의 국채 발행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기재위의 논의가 지연되더라도 예산안 처리를 무한정 늦출 수 없는 만큼 예결위 차원에서라도 심사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예결위 여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번 증액예산 논의는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여야 모두 주장한 내용"이라며 "그런데 선거 결과가 달라졌다고 민주당이 표리부동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새누리당이 (예산 증액과 관련해) 6조원 규모를 가져갈 이유는 없다"며 '우선 급한 영세사업장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국민연금·고용보험 지원금, 0~2세 보육료 전계층 지원사업 등에 필요한 1조7000억원 정도만 추가 증액을 반영하자는 것"이라고 한 발 물러섰다.

반면 야당 간사인 최재성 의원은 "세출을 줄이자는 얘기와 관련해 여당과 얘기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최 의원은 "우선 6조원을 삭감하고 그 삭감한 폭만큼 증액에 필요한 복지사업, 일자리사업 등 필요한 내용들을 채워넣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삭감에 합의한 1조300억여원 정도를 뺀 나머지 5조원에 가까운 돈을 어떻게 할 것이냐가 문제"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