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지는 박근혜 정부> ②정치·정당 개혁
2012-12-23 17:57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정치개혁은 반드시 완수해야 할 주요 과제다. 이번 대선과정에서 국민들은 '안철수 현상'을 통해 기존 정치권의 부패와 무능에 등을 돌렸다. 이런 국민들의 정치권에 대한 혐오와 불신이 지속되는 한 박 당선인은 성공적인 국정 수행을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박 당선인의 정치개혁은 임기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책임총리제 도입…권력분산
박 당선인은 우선 책임총리제 도입을 통해 제왕적 권력 나누기에 나설 전망이다. 국무총리에게 헌법상의 국무위원 제청권을 보장하고, 장관에게도 부처와 산하기관장 인사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제도화하기로 했다. 제청권이나 인사권 행사는 지연 및 학연을 배제하고 소수자를 배려하기 위해 신설되는 기회균등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할 수 있도록 했다.
박 당선인은 또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때 강조했던 '탈여의도 정치'와 차별화하는 차원에서 임기 중 매년 정기국회 정례연설을 하고, 여야 정당 및 의회 지도부와 격의 없는 정책간담회를 정례화하는 등 대통령이 수시로 여의도를 찾겠다고 약속했다. 박 당선인이 당선 직후 새 정부가 출범하기까지 여야 지도자가 만나 대한민국의 새 틀을 짜기 위한 '국가지도자 연석회의'를 제안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역대 정부마다 악순환된 측근 또는 친인척 비리의 근절을 위해 특별감찰관제와 상설특검제를 신설하는 것도 정치쇄신 공약의 큰 줄기 가운데 하나다.
◆의원 권한 축소…정당 공천 개혁
박 당선인은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폐지하고, 면책특권을 엄격히 제한하는 등 국회의원에 대한 특권도 대대적으로 손질할 계획이다. '아니면 말고 식'의 의혹 제기로 인한 폐해나 비리혐의가 있는 국회의원에 대한 국회의 체포동의가 번번이 부결되며 정치불신을 일으킨 것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국회 윤리위원회도 전원 외부인사로 구성, 국민 눈높이에서 감시기능을 확대하기로 했다.
박 당선인은 정당개혁 차원에서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제를 없애 중앙당의 막강한 권한을 축소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아울러 국회의원 공천도 여야가 동시에 국민참여 경선을 실시하는 쪽으로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당내 대선 경선 과정에서 '공천헌금' 파문이 일면서 곤욕을 치렀던 박 당선인은 비례대표 공천 비리자에게 수수금품의 30배를 과태료로 물리고, 비리전력자 공무담임권을 20년으로 제한해 사실상 정치판에서 퇴출하겠다는 엄벌 의지도 피력했다.
◆4년 중임 개헌, 성공할까
박 당선인은 집권시 국민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4년 중임제'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실제 박 당선인의 정치개혁안을 보면 법제화가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대통령 권한 분산과 국회의원 특권 폐지 등 일부는 개헌을 통해 실천을 담보해야 하는 공약도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 "현재의 헌법을 그대로 두는 한 총리는 사실상 오너(대통령)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CEO(최고경영자)일 뿐"이라며 "권력분산 의지가 정말 있다면 개헌을 통해 명문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박 당선인이 개헌에 성공하기까지는 걸림돌이 많을 것이란 지적이다. 국회 과반의석을 점유한 집권여당의 대통령으로서 입법화를 통한 정치개혁안 추진은 수월할 수 있지만, 개헌문제는 대통령의 의지만으로 추진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집권 초기에는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한 민생경제 문제나 최근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서 보여주듯 북한발 외교·안보위기 상황에 직면할 수 있어 개헌문제를 쉽사리 추진하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도 우세하다.
특히 그동안 대선과정에서 개헌을 약속했던 후보들 중 집권에 성공해 개헌을 추진한 대통령은 한 명도 없었다. 원칙과 신뢰, 국민과의 약속을 강조해온 박 당선인이 개헌에 과연 성공할지는 두고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