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동욱 기자=앞으로 국세청이 스위스 비밀계좌 번호를 모르더라도 계좌보유자의 이름과 금융기관명만으로도 스위스 국세청에 관련 금융정보를 요청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국내 기업과 자산가들이 스위스에 조세회피를 목적으로 은닉한 자금을 찾아내기가 훨씬 쉬워져 역외탈세에 대한 국세청의 조사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박윤준 국세청 차장은 12일(현지시각) 스위스 베른에서 새무엘 태너 스위스 국세청장과 조세정보 교환 등에 관한 고위급 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국은 지난 7월 탈세혐의자의 금융계좌를 확인할 수 있는 한·스위스 조세조약을 발효했으나 계좌번호를 알아야 관련 금융정보 조회를 요청할 수 있어 한국 국세청이 탈세혐의자의 스위스 비밀계좌를 쉽게 조사할 수 없었다.

양해각서는 역외탈세 추적에 필수적인 원활하고 신속한 금융정보의 확보를 위해 계좌번호 또는 계좌보유자의 성명·금융기관명만으로도 금융정보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양국 국세청은 이날 회의에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 이슈로 대두한 역외탈세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신속한 국제 공조가 필수적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를 위해 한·스위스 조세조약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따라 성실하게 조세정보 교환을 이행할 것과 조세정보교환 협력 강화 등 국가 간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국세청은 강화된 정보수집 역량을 바탕으로, 해외금융계좌 등 해외은닉 자산의 추적을 강화해 반사회적 역외탈세 행위의 파악과 예방에 세정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