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기영 기자= 카드사들이 손해보험업계에 카드 수수료율 인상을 요구하면서 자동차보험료 인하가 수포로 돌아갈 전망이다.

여신금융전문업법 개정에 따라 수수료율이 대폭 낮아질 것으로 기대했던 손보사들은 더 높은 수수료율을 요구하는 카드사들의 압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LIG손보 등 상위 4개 손보사에 수수료율을 2.4%로 인상하겠다고 통보했다. 카드사들은 여전법 개정안 시행 한 달 전인 이날까지 수수료율 변경 대상 가맹점에 인상 또는 인하폭을 제시해야 한다.

신한카드는 슬라이딩시스템 적용 시 평균 2.0% 수준이었던 이들 손보사의 수수료율을 0.4%포인트나 끌어올렸다. 슬라이딩시스템은 보험사의 고객들이 특정 카드사의 카드를 사용해 보험료를 결제하는 비중이 높을 경우 수수료율을 낮춰주는 제도다.

현대카드를 비롯한 다른 카드사들 역시 대형 손보사에 인상된 수수료율을 통보했다.

나머지 중소형 손보사들은 이날 오전까지 카드사들로부터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해 사실상 수수료율이 동결된 상태다.

수수료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대형 손보사에는 더 많은 수수료를 물리고, 수수료율이 높았던 중소형 손보사의 수수료는 그대로 받겠다는 얘기다.

당초 여전법 개정 효과로 수수료율이 1%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던 손보사들은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특히 카드사들은 손보사들이 수수료를 아끼는데 큰 역할을 했던 슬라이딩시스템을 일방적으로 폐지해 손보사들의 카드 수수료 부담은 더욱 늘어나게 됐다.

삼성화재를 비롯한 국내 13개 손보사가 지난 2011회계연도(FY2011) 한 해 동안 카드사에 지급한 카드 수수료는 2524억원에 달한다. 같은 해 1분기 590억원이었던 수수료는 올 1분기 617억원으로 3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카드사들의 수수료율 인상으로 손보사들이 추가 부담해야할 연간 수수료가 700억~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수료율 인하에 대한 손보사들의 기대가 무너지면서 카드 납부 보험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자동차보험료 인하 계획도 물거품 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보험은 보험료가 50만~60만원선으로 소액인데다, 매년 만기가 돌아와 편리한 카드 결제 방식을 택하는 고객들이 대부분이다.

삼성화재의 경우 지난해 자동차보험 신계약 기준 전체 보험료의 80% 이상을 카드 결제로 받았다.

손보사들은 여전법 개정으로 카드 수수료율을 1%포인트가량 낮출 경우 줄어드는 사업비를 감안해 보험료를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오히려 수수료 규모가 더 커지면서 소비자들은 보험료 인하가 아닌 인상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 장기화로 상당수 보험사들이 비상경영에 돌입한 상황에서 카드 수수료율 인상은 청천벽력과도 같다”며 “자동차보험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대형 손보사들의 수수료율이 올라가면 그만큼 많은 고객들의 보험료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