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기억의 흔적' 설치작가 김승영의 '기억을 거닐다'展
2012-11-12 15:19
아산정책연구원갤러리서 12월7일까지.
기억을 거닐다 Walking in My Memory, 2012. 9000개의 상처 난 벽돌들에 가까이 다가서면 이름과 감정 을 묘사하는 단어들이 보인다. |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설치작가 김승영의 '기억을 거닐다'전이 서울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갤러리(AAIPS)에서 열리고 있다.
미디어 설치작품 3점과 사진 시리즈 등 4점을 선보인 이번 전시는 '기억’과 ‘소통’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다. 작가는 삶은 기억의 흔적이며, 그 기억들은 타인들이나 어떤 물건 혹은 공간 등의 관계 사이에서 형성된다고 믿는다.
전시장에 들어서서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작품은 '기억Memory'이다. 어두운 초록으로 덮인 수직의 벽 위에 부서진 자석의 잔해들이 군데군데 덩어리를 이루어 붙어 있고, 벽 앞의 바닥에는 사각의 얕은 물 웅덩이가 고여 있다. 작가의 삶에 발자취를 남긴 인물들의 이름이 영화의 엔딩 크레딧처럼 벽과 물 웅덩이 위로 투사된다.
단단한 자석이 서로 엉겨 붙어 부유하는 섬의 형태를 하고 거친 자석 틈 사이로 생명의 싹이 돋 아나는 작품 '메모리'는 수많은 파편들이 지닌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현재와의 새로운 소통을 시도하는 듯하다. |
9000개의 상처 난 벽돌들이 노란 빛을 받으며 바닥 위에 한 겹으로 펼쳐져 있고 곳곳에는 허물어진 건축물의 잔해처럼 벽돌이 쌓여 있다. 가까이 다가서면 벽돌 위에 새겨진 누군가의 이름들과 감정을 묘사하는 단어들이 보인다. 부서진 자석의 틈새나 벽돌 사이사이에는 초록의 이끼가 자라나고 있다.
20여 개의 사진 시리즈 작품 '스트라스부르크 Strasbourg'는 작가가 스트라스부르크 거리에서 발견한 죽은 새의 흔적, 야외 광고판, 부서진 도로, 그리고 아스팔트와 시멘트 사이에서 자라나는 새싹 등의 이미지들을 담고 있다.
삶과 죽음, 과거와 현재, 자연과 문명을 담담하게 보여주는 이미지들은 낮은 높이에 일렬로 걸려서 스트라스부르크 거리를 걷던 작가의 시야를 따라 서성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어지는 푸른방 안에는 작은 깃발이 끊임없이 펄럭인다. 인적 없는 흰 눈 위에서 펄럭이는 것 같은 깃발은 몽환적이고 비현실적인 공간으로 시각적착시를 선사한다. 전시는 12월 7일까지. (02)3701-7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