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단일화는 국민을 보고 해야 한다
2012-11-11 17:47
양규현 정치사회부장 겸 부국장
18대 대통령 선거를 37일 남겨둔 11일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 간의 야권 단일화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문-안 후보는 오는 26일 공식 선거전 등록일까지 단일화하는 데 합의했다.
총론에 합의하기는 쉽지만 각론에 합의하기는 어려운 것이 단일화 협상이다. 이 과정에서 양측은 자기 주장을 국민의 뜻이라고 원용할 것이다. 그 같은 주장은 각기 자기 진영 지지세력에 한정할 뿐, 범국민의 의중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 단일화 논의가 시작된 것은 1987년 직선제가 부활하면서 반독재 민주화 투쟁을 해온 김영삼·김대중 후보가 처음이다. 당시 두 김씨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실패로 끝났다.
그러나 15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김대중씨와 김종필씨 연합이 성사돼 1997년 대선 이후 후보 단일화가 선두 후보를 꺾는 핵심 전술로 고착화됐다. 16대인 2002년의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에 이어 이번 18대 대선에서도 후보 단일화가 최대의 이슈가 되고 있다, 야권은 여기에 전부를 걸고 있다
16대에서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는 선거를 불과 한 달 앞두고 TV토론을 거친 여론조사 방식으로 치러졌다. 시간에 쫓긴 데다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한 '정치공학적'인 성격이 농후했음에도 불구하고 성공했다. 그러나 선거 전날 정몽준씨가 지지를 철회하면서 사실상 단일화에는 실패했으나 노 전 대통령은 선거에서 성공했다.
이번 대선에 출마한 문재인·안철수 후보 모두 단일화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듯하나 진정으로 단일화를 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무소속 후보가 거대 야당 후보와 대등한 협상을 벌이는 것은 이변이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겼는지 정치권이 깊은 성찰해야 할 대목이다.
그렇지만 단일화는 쉽지 않다. 양측의 샅바싸움에서 결렬될 수도 있다. 누가 어떤 명분을 내거느냐에 따라 승패가 날 것이다.
두 후보진영 간에 이해득실 계산은 다를 수 있기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서로의 선행 요구조건도 다르다.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일화의 당위는 양 진영의 작은 조건들을 뛰어넘는다.
이 경우 중간에서 조정할 조력자가 필요하다. 최근 사회 원로들이 나서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원로들은 정권교체와 야권 후보 단일화의 필요성과 함께 야당의 정치혁신을 강도 높게 요구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도 정치쇄신을 단일화의 조건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입장이 다르다. 조직간에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있어 쉽게 정치쇄신이라는 각론 접근이 용이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를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한다면 단일화 요구는 실패할 수 있다.
민주당 쇄신에 걸림돌은 과감하게 제거해야 할 것이다. 국민은 지금 민주당을 주시하다. 과연 민주당과 문재인이 당을 쇄신해낼 수 있는가.
안철수 후보도 깊이 생각해야 한다. 행여나 지금 여론조사에서 다소 앞선다고 오만과 독선에 빠진다면 국민은 당장 지지를 접을 것이다. 불안하기 짝이 없는 무소속 후보의 입지와 일천한 정치경험으로 뿌리내리지 못한 경륜에 대한 국민의 우려는 순리를 따르는 겸손으로만 극복할 수 있다.
단일화를 추진하는 세력들은 오직 승리만을 위한 정치적 담합이 아니라 정책과 노선의 연대를 중시하는 가치통합에 우선순위를 둔다는 진정성을 국민에게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야권 단일화 요구가 거세다고 해서 정체성이 다른 세력간 합의가 과연 옳은지 다시 한 번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다른 색깔끼리 합의해, 이 결과로 정권을 잡았지만 국정운영에 있어 사안마다 이견으로 혼란은 없을 것인지도 곱씹어봐야 할 것이다.
양측은 단일화 협상과정에서 지난 국민의 정부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종필씨가 중도에 갈라서는 우를 범한 사례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정권을 잡는 것이 문-안 후보에게 전부일 수 있다.
하지만 국가 장래와 국민의 앞날을 생각한다면 두 후보는 정권교체보다 합의로 인해 정권을 잡은 뒤 나타날 후유증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야 한다. 또 이를 바라는 세력들도 어떤 길이 진정으로 국가의 장래를 위한 길인지 생각하고, 문재인–안철수 후보에게 단일화를 촉구해야 한다.
협의가 시작됐다고 해서 그럴 시간이 없다며 포기해서는 안 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빠르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세계적인 경제위기와 위협을 더하는 남북관계 등 동북아 정세 속에서 차기 지도자의 능력과 역할이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는 점을 국민과 단일화 당사자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아주경제 양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