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릴레마(삼각딜레마)'에 빠진 한국 원전..그래도 원전이 대안
2012-11-06 18:41
축소할 수도·무조건 늘릴 수도·신재생에너지 대체도 문제
사진 왼쪽부터 장순흥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제무성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김진우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 한봉오 한국원자력연구원 홍보협력부장 |
이런 반(反)원전 분위기가 확산됨에 따라 저탄소 친환경에너지로 부각됐던 원전을 당장 폐쇄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원전 확대정책을 견지해 온 정부당국은 고민에 휩싸였다.
국내 에너지 발전량 가운데 원전 발전비중이 31%에 달하는 현실에서 원전을 당장 축소하자니 전력수급 악화가 불보듯 뻔하고, 계속 늘려가는 것도 정치권·시민단체 등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원전 축소의 대안으로 신재생에너지를 꼽지만 아직 비용대비 효율성이 확보되지 않아 원전을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국이 원전 '트릴레마' 즉 사면초가에 빠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갈까.
장순흥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원자력은 세계의 주요 에너지원 가운데 하나로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면서 "원자력에 비해 다른 신재생에너지는 실효성이 없어 섣불리 원전에 반대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김진우 에너지경제연구원장도 "일정한 수준의 원전은 꼭 필요하다"며 "우리나라 전기는 석유와 달리 전체적인 산업전반의 네트워크와 연결돼 있어 원전 이외에는 달리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또 "원자력은 에너지안보, 전기요금, 연료조달, 환경문제라는 측면에서 가장 적합한 에너지"라며 "2024년까지 5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건설계획 중인 국내 원전 6기 모두 완공해야 한다"고 원전 확대론에 힘을 실었다.
실제로 신재생에너지는 국내 전력공급의 0.1%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기후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고 가격도 비싸 경제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제무성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전남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바람 부는 곳이 거의 없다"며 "최대로 이들을 활용해도 태양열 3%, 풍력 2% 미만으로 이는 원자력의 4분의 1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제 교수는 이어 "신재생에너지 도입시 111조4000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렇게 되면 2030년에는 전기요금을 40%가량 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신재생에너지 도입시 발생할 전기요금을 우려했다.
한봉오 원자력연구원 홍보협력부장도 "당장 신재생에너지를 도입한다고 해도 실용화하고 상용화하는 데는 20년 이상 시간이 걸린다"며 "현실적으로 신재생에너지는 가망성이 없다"고 거듭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다가오는 올 겨울 전력대란을 우려해 지금의 원전시스템에 대해 보다 확실한 '극약처방'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최근 영광5·6호기 정지를 통해 지식경제부에서도 우려하는 것처럼 전력수급의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번 일을 반면교사 삼아 시간이 걸리더라도 원전의 전수조사가 반드시 이뤄지길 바란다"고 정부의 총체적인 원전점검을 당부했다.
서 교수는 특히 "이번 불법부품 사용은 항상 사태를 모면하기에 급급했던 한수원의 직무태만이자 직무해이"라면서 "이로 인해 불철주야 일한 99%에 해당되는 직원들이 낙담을 하는 것이 더 걱정"이라며 한수원이 고강도의 인적쇄신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끝으로 "우리나라 전기 에너지 소비율은 연평균 6%로 전체 에너지 소비율 3%에 비해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전력대란이 우려된다"며 "이런 추세를 꺾기 위해선 산업용 전기에 업체별로 절약 목표를 할당하고 공공기관의 비상발전기를 가동하는 등 범국민적인 에너지절약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