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냉기 걷히나… 전문가 "바닥 다지기 돌입"
2012-10-31 17:54
주택 공급·거래 증가세… 시장 회복 기미에 수요 꿈틀<br/>일부 아직 시기상조 의견도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주택시장이 '바닥 다지기'에 들어갔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최근 들어 부동산시장의 각종 지표들이 집값 상승을 예고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어서다.
주택 인허가 및 착공·분양실적이 증가하는 반면 미분양 물량은 줄고 있고, 집값은 호가 위주로 상승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끝없이 추락하던 집값이 바닥을 치고 올라가는 것이 아니냐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부쩍 많아졌다. 하지만 시장에선 아직까지 바닥론을 얘기하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주택공급 늘고 거래 꿈틀, 바닥 징후?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 9월 전국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은 5만2216가구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월보다 18% 증가했다. 최근 3년 평균(3만257가구)보다도 60%가량 많은 수준이다. 특히 경기지역이 1만7516건으로 1년 새 111.0% 급증함에 따라 서울·수도권 인허가 실적이 41.8%나 늘었다.
전국 주택 착공실적도 4만7467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48.5% 늘었다. 착공 역시 서울·수도권이 91.8%의 급증세를 보였다.
국토부 주택건설공급과 관계자는 "시장 선행지표인 인허가·착공실적이 늘면서 향후 주택시장이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 거래량도 증가세다. 9월까지만 해도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은 3만9806건(신고일 기준)으로 전년 동월보다 44.3%나 줄었다. 이에 대해 국토부 주택정책과 관계자는 "취득세·양도세 감면 시행이 지연되면서 거래를 미뤘기 때문으로 10월 들어서는 거래량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의 경우 10월 들어 주택 거래량이 크게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를 보면 서울시 주택 매매거래량은 6월 3076건에서 9월 2121건까지 줄었다. 하지만 10월에는 3603건으로 68%가량 늘어났다.
신규 분양단지에도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다. 대우건설이 지난달 26~29일 청약을 실시한 '목동 센트럴 푸르지오'(172가구 모집)의 경우 평균 1.52대 1로 전 주택형이 순위 내 마감됐다. 지난달 25~26일 진행된 '거제 마린 푸르지오' 청약에서도 평균 2.7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서울 강남보금자리주택지구에서 공급된 '강남 더샵 라르고', '강남 지웰홈스', '강남 힐스테이트 에코' 등 오피스텔 3개 단지는 모두 전 주택형이 조기 마감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강남 더샵 라르고를 공급한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수서역 KTX와 인접한 입지와 저렴한 분양가가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에게서 인기를 끌었다"며 "초기 계약률이 80%가 넘어 조기 계약 완료도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경기 선행지표인 경매시장에도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다.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5월 이후 5개월째 하락하던 서울·수도권 아파트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의 비율)이 8월 72.43% 이후 9월 73.7%로 반등했다. 10월 현재 74.61%로 두 달째 오름세다.
주목할 부분은 응찰자 수가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수도권 경매시장 응찰자 수는 7월(3411명) 연중 최저치를 기록한 후 3개월 연속 증가해 10월 5679명까지 늘었다.
정대홍 부동산태인 팀장은 "취득세와 양도세 감면을 담은 '9·10 부동산 대책' 이후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경매시장에 반영됐다"며 "응찰자가 많아지면서 낙찰가율도 올라 경매시장이 활기를 되찾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집값 바닥 시기상조" 의견도 적지 않아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주택 가격 하락에 대한 심리적 저지선이 형성되면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김규정 부동산114 본부장은 "주택 거래량이 늘고 있고 전세가율·낙찰가율 상승 등 지표상으로는 바닥에 접근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며 "충분히 가격이 빠졌다고 생각되는 물건에 대해서는 저점매수를 고려하는 수요자들이 있어 거래와 관망세가 반복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연말까지 바닥을 다지고 매물을 소화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급매물이 많이 팔려나가 가격 하락은 심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바닥을 기대하기엔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일부 바닥의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지만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찬호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외 경제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바닥권이 형성됐다는 논의가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며 "경제 회복에 따른 실물경기 활성화 등 수요자들의 소득 증가가 예상돼야 실제 주택 거래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