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마케팅 한 푼이라도 줄여라

2012-10-24 17:11
상가에 모델하우스 차리고<br/>직원이 직접 전단지 돌리고<br/>대행사 없이 자체 진행도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 서울 관악구 청림동에서 ‘서울대입구 서희스타힐스’ 아파트를 공급 중인 서희건설은 청약 당시 대대적 홍보를 펼치지 않은 이른바 ‘깜깜이 분양’을 진행했다. 청약 후에도 인근에 위치한 상가 2층에 소규모 분양홍보관을 차리고 잔여물량을 팔고 있다.

#2 최근 서울 강남보금자리지구에서 ‘강남 더샵 라르고’ 오피스텔을 분양한 포스코건설은 창사 이후 처음으로 본사 직원들이 분양 마케팅까지 맡는 ‘직영 분양’을 실시했다. 이곳으로 배치된 본사 마케팅 담당 직원 3명은 직접 전단지를 돌리기도 했다.

건설업계가 분양 마케팅 비용 절감에 나섰다. 한푼이라도 아껴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재정난을 줄여보자는 의도다.

아파트와 오피스텔은 다른 일반 상품과 달리 금액 단위가 크기 때문에 분양 홍보 비용 규모도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건설업계가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가고 분양가 인하 경쟁 등으로 수익성이 갈수록 낮아지면서 눈물겨운 비용 절감 노력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작은 모델하우스’ 운영이다. 대형 건설사의 경우 도심에 전용 홍보관이 있어 활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때에는 모델하우스를 직접 짓는 수밖에 없다. 모델하우스 건립 비용만 해도 수억~수십억원에 달하기 때문에 이 비용을 아끼려는 것이다.

요즘에는 상가 안에 들어선 ‘작은 모델하우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풍성종합건설이 경기 화성시에서 분양 중인 ‘동탄 폴라리스’ 오피스텔의 모델하우스는 인근 반월동 내 상가건물 2층에 마련됐다. ‘강남 더샵 라르고’ 오피스텔도 신분당선 양재시민의숲역 인근 상가 1층에 자리했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오피스텔 한 단지를 분양해도 큰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에 마케팅 비용 등을 최대한 줄이자는 게 요즘 분위기”라며 “모델하우스를 상가 등에 작게 짓고 주력 유닛(Unit) 2개 정도를 배치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수도권 신도시·택지지구 등에서는 인근 부지에 모델하우스를 지었다가 단기간 내 철거한 후 공사 현장에 샘플하우스를 짓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아예 처음부터 샘플하우스 체제로 가는 단지도 있다.

동부건설이 서울 은평구 응암3구역 일대에 분양 중인 ‘녹번역 센트레빌’은 최근 서울역 인근 모델하우스를 철거하고 현장에 직접 샘플하우스를 개장했다. 이달 중순 분양한 경기 용인 ‘진산마을 푸르지오’는 처음부터 현장 내부에 샘플하우스를 마련하고 예약제로 방문객들을 맞고 있다.

분양 대행사를 통하지 않고 시공사가 직접 주택 판매에 나서는 곳도 늘고 있다. 대행사에게 분양 업무를 맡기면 아파트 한채 판매에 수백만원씩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는데, 이런 비용이라도 줄여보자는 계산에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입지가 좋지 않거나 사업성이 낮은 곳은 분양 대행사를 동원해 판촉에 나서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건설사들이 직영 분양하는 사례가 부쩍 많아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