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수표' 경전철 역세권 집값 힘 빠졌나
2012-10-18 16:52
의정부·김해~부산 경전철, 개통 후 오히려 시세 하락<br/>발곡역 인근 2000만원 빠져…경전철 이용객수 저조 영향
아주경제 권경렬 기자=경전철 개통 호재로 상승세를 탔던 주요 역세권 아파트값이 개통 이후 거품이 빠지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서울 지하철 1호선 회룡역과 연결되는 의정부 경전철이 지난 6월 29일 개통됐고 앞서 지난해 9월 17일에는 부산~김해 경전철이 연결됐지만 역세권 주택시장에는 개통 호재가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들 경전철 역 주변 아파트값은 오히려 개통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경기도 의정부시내 아파트 매매가는 지난해 9월 3.3㎡당 평균 793만원에서 올해 9월 770만원으로 떨어졌다.
의정부 경전철 발곡역 인근에 위치해 주요 수혜 단지로 꼽혔던 신곡동 장암주공5단지 전용면적 49㎡는 지난 7월 경전철 개통 이후 1억4400만원이던 매매가가 현재 1억3000만원까지 하락했다. 장암동아 전용 59㎡도 3개월 새 1000만~2000만원 정도 떨어져 1억8000만원 선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효자역 인근 신곡동 상록아이파크(전용 84㎡)도 2억4000만원 선으로, 경전철 개통 이후 2000만원 가량 빠졌다.
신곡동 박은주 극동공인 대표는 "신곡동 일대는 물론 다른 역 주변 아파트값도 하락세"라며 "개통 효과라고는 전세 수요가 조금 증가한 정도"라고 전했다.
김해~부산 경전철 역세권 아파트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김해시 아파트값은 지난 일년 새 3.3㎡당 평균 633만원에서 615만원까지 내렸다.
삼계역 인근 삼계동 부영1차 전용 85㎡는 지난 3월 2억1000만원 선에서 거래됐지만 지금은 1억8000만원 선까지 떨어졌다.
삼계동 하나공인 관계자는 "경전철 개통 전까진 많이 올랐지만 지금은 가격이 조금씩 빠지거나 유지하는 정도"라고 전했다.
수로왕릉역 1번 출구와 연결돼 경전철 수혜단지로 꼽혔던 외동 동일(전용 59㎡)도 경전철 개통 이후 1500만원 정도 떨어져 1억4000만원에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박물관역 1번 출구에 있는 내동 동부(전용 85㎡) 역시 경전철 개통 전 수혜단지로 꼽혀 2억6000만원까지 거래가 됐지만 지금은 2억3000만원 선에서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매수세가 따라붙지 않는다.
내동 대우공인 관계자는 "인근 아파트 같은 면적은 거의 시세가 2억원 초반대에 형성돼 있다"며 "경전철 개통 전까지 많이 올랐다가 지금은 조금 내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개통된 경전철 수혜 지역들의 아파트값이 기대에 못 미치는 이유로 경전철 이용실적 저조와 부동산 경기 침체를 꼽았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경전철 역세권 단지의 경우 개통되기 전에 이미 호재가 시세에 반영되다보니 개통 이후에는 오히려 가격이 떨어지는 곳이 많다"며 "시장 침체의 영향이 큰 데다, 특히 경전철의 경우 이용객수가 워낙 적어 큰 호재로 작용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로 의정부 경전철 이용객은 지난 9월 말까지 105만여명으로, 하루 평균 1만1416명이 이용하는 데 그치고 있다. 이는 당초 하루 예상치인 7만9000명의 14%에 불과한 수치다. 부산~김해 경전철의 이용객 수 역시 예상치의 17% 수준에 불과하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과장은 "경전철 개통이 분명 호재이긴 하지만 전셋값에만 일부 영향을 미치고 매매가에는 영향을 못 미치고 있다"며 "출퇴근하는 실수요자들에겐 구입 적기일 수 있지만 주변 기반시설과 주거 환경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