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부당한 보건의료정책 적극적으로 맞서겠다” - 노환규 대한의사협회 회장

2012-10-17 20:00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
아주경제 권석림 기자= "국민건강을 위한 진정성 있는 정책 추진에 동참할 것이며 진실을 외면하는 부당한 보건의료 정책에는 적극적으로 맞서겠습니다."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17일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의사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을 자책하며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의료수준을 갖춘 만큼 국민들로부터 믿음과 존경, 그리고 사랑받는 의협으로 만들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 회장은 "11만여명의 의사들이 모인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전문가 단체에 걸맞은 위상을 협회가 보여주지 못한 부분이 있으며 현재 의사를 보는 인식이 그러한 존경의 이미지가 아닌 것에 대해서는 의사 본연의 역할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그 중 포괄수가제는 그가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이다.

지난 7월1일부터 정부가 시행한 포괄수가제를 받아들이겠다고 수용의사를 밝혔으나 포괄수가제의 부작용 대해서는 국민에게 적극 알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의료정책과 제도에 대해 보건복지부와 대등하게 대화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한 정몽준 새누리당 국회의원의 설득으로 수용 결정을 내렸지만 포괄수가제 자체에 대해서는 여전히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 회장은 “지난 7월부터 중증환자나 합병증이 심한 환자도 포괄수가제 적용을 받게 되는데 이들 환자들은 치료비가 얼마가 들지 예측하기도 힘들다” 며 “그런 환자들을 일정한 진료비 안에서 치료를 하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가를 정해놓은 것도 경증 환자에 비해 30~40% 정도 더 주고 심각한 합병증까지 치료를 하라는 게 정부의 입장” 이라며 “그런 상황에서는 올바른 치료가 될 수도 없으며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가 떠안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노 회장은 “복지부는 포괄수가제의 장점만 소개하고 단점은 알리지 않았다” 며 “아직도 포괄수가제에 대해 모르는 국민이 많다” 고 강조했다.

그는 “포괄수가제는 의료계가 아닌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며 “복지부는 진실을 왜곡하며 감추기에 급급하기보다 국민들에게 모든 것을 보여주고 이해와 동의를 구하는 등 포괄수가제를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


의료 왜곡의 근원인 원가이하의 의료수가에 대해서도 즉시 현실화해야 할 것을 주장했다.

노 회장은 “우리나라의 의료수가는 미국의 10분의 1, 일본의 5분의 1에 불과하지만, 의사들은 국민에게 최선의 진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국민의 지탄의 대상을 받고 있는 과잉진료, 3분 진료는 모두 비현실적인 의료수가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의료계가 감추고 픈 진실인 의료사고도 이러한 제도의 탓과 전혀 무관한 것이 아니라고 그는 밝혔다.

노 회장은 “정부는 의사가 행복하면 국민도 행복할 수 있다는 단순한 명제를 간과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전문가와 현장의 의견을 무시해 온 사실을 반성하고 이제라도 의료계와 소통을 통해 새로운 의료제도의 판을 짜야한다”고 강조했다.

포괄수가제 강행 등 정부의‘일방통행식’정책은 의료의 한 축이자 전문가인 의사들의 의견이 무시돼 합리적인 제도를 만들어 낼 수 없다는 것이다.

의료현실을 무시한 응급실 전문의 당직 의무화법(응당법)을 즉각 폐지하고 의료계와 근본적인 협의를 거쳐 합리적인 응급실 당직제도 시급히 만들 것도 촉구했다.

의료사고 피해구제 제도 운영을 위한 재원 마련 등 국가의 역할을 충분히 이행하고, 환자의 권리와 의무를 의료기관 내에 게시토록 의무화한 ‘액자법’ 역시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성실히 하고 있는지 돌아보는 자기성찰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선주자에게 바라는 점도 밝혔다.

노 회장은 “정책은 책상에서 만드는데 의사들은 현장에서 이를 적용한다” 며 “현장에 적용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도 않으면서 기득권을 가진 이기적인 집단으로 매도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정책을 비롯해 모든 산업분야의 정책을 만들 때에는 전문가의 충분한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의 나아갈 방향, 정부정책에 대한 입장 및 각오도 언급했다.

“국민으로부터 최고의 믿음과 존경을 받는 의협이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 내 희망이며 동시에 최대 과제입니다. 사회에서 존경받지 못하는 의사들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그 위상은 국민의 믿음에서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