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기념품 다양화 절실한 숙제

2012-10-12 07:01
한국방문의해위원회 한경아 마케팅 본부장

지난 달 한국방문의해위원회는 K-POP을 사랑하는 전 세계 팬들의 문화인 ‘커버댄스’를 주제로 한 축제, ‘한국방문의 해 기념 2012 K-POP 커버댄스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전 세계 11개국에서 열린 현지 본선에서 우승한 13개 팀 69명을 초청했고, 광화문 광장에서 ’강남 스타일‘ 플래시몹을 여는 등 그들에게 좋은 추억을 선물하기 위해 다양한 일정을 준비했다.

참가자들은 자신들의 나라에서는 K-POP 팬들 사이에 꽤 유명 인사들로, 최종 우승을 차지한 태국 팀의 경우 만 명이상의 팬클럽이 있을 정도였다. 한국에서의 일거수 일투족을 SNS에 게재하면 팬들은 그 게시물로 한국을 간접 경험하는 셈이었다.

경주에서 열린 최종 결선이 끝나고, 이들은 관광을 위해 불국사를 찾았다. 찬란한 신라 역사 현장을 답사하고, K-POP이 아닌 고대의 한국의 문화를 보기 위해서였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 정도의 참가자들은 불국사 입구의 기념품 가게를 발견하자마자 여러 물건들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들이 집어든 것은 일본 칼 모형과 일본 전통 대나무 우산. 날이 더웠던 탓에 한 명이 일본 우산을 집어 들자 너도나도 우산을 구매했고, 불국사는 각양각색의 일본 우산을 든 외국인들로 채워졌다. 불국사의 기념품들은 대부분 중국에서 만들어온 것들이고, 전국 어딜 가나 찾을 수 있는 국립공원 앞에 즐비한 기념품들과 다를 것이 없었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인 불국사에서 일본 칼과 일본 전통 대나무 우산, 중국제 기념품을 판매한다는 것은 낯뜨거운 일이다.

관광객들은 여행에서 돌아온 후 여행경험을 판단할 때나 그 추억을 간직하고 나누는데 기념품을 활용한다. 기념품은 단순한 여행의 상징일 뿐만 아니라 관광경험의 질과 재방문까지 유도할 수 있는 전략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관광 기념품 쇼핑 자체가 방한 목적으로서의 역할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다.

관광 기념품이나 토산품은 관광지의 특성이 잘 드러나야 하고, 독특하고 구매욕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지역의 고유문화에 대한 콘텐츠 개발이 선행되어야 하고, 이를 대중화시키기 위한 개발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부분이다. 상품의 품질 향상과 더불어 상품의 디자인과 포장 등의 노력도 필요하다. 최근에는 외래 관광객 중 젊은 층의 분포가 넓어지고 있으므로, 가격과 실용성도 고려해야 한다. 장인 정신으로 제작된 고급품들은 품질은 우수하나 가격이 부담스러운 상품들이 많아 구매력을 상실하게 된다. 정찰가가 없으므로 생산자와 판매자가 임의로 가격을 책정하는 경우도 있다. 관광객들의 구매 결정에 있어 상징성을 가지는 지역의 특성이 디자인에 반영되지 않을 경우에도 매력도는 떨어진다 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쇼핑 목적지로 부상하고 있다. 쇼핑이 비단 공산품이나 문화 콘텐츠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니, 가장 작은 부분인 관광지의 기념품부터 다시 정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