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경제 백약이 무효'..한국 잠재성장률 3%대 추락 이유는?
2012-10-08 17:42
국회 예산처, 3.7% 추정..실질성장률도 3.5%로 전망
아주경제 유지승 기자= 한국 경제가 구조적인 저성장에 들어설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의 장기화 등으로 대외 여건이 개선되지 않은 데다 가계·기업·공기업의 부채, 부동산 침체 등 내부 복병이 만만찮은 상황에서 생산가능인구 감소, 기업 투자 및 생산성 부진 등의 요인으로 인해 저성장 구조가 고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12∼2016년 잠재성장률을 연평균 3.7%로 추정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전 4년(2004∼2007년)의 4.4%는 물론이고 글로벌 금융위기를 포함한 2007∼2011년의 3.9%에 비해서도 낮은 수치다. 같은 기간 연평균 실질경제성장률을 3.5%로 전망했다.
잠재성장률이란 한 나라가 인플레 압력 없이 최대로 이룰 수 있는 생산능력을 말한다. 이번 예산정책처의 전망은 당분간 우리나라가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의 최대치가 연평균 3.7%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3.5% 정도의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얘기다.
즉 연간 성장률이 4%에도 못 미치는 저성장 구조가 고착화될 것이라는 항간의 불안감을 공식화한 것이다.
예산정책처는 중기적으로 유럽 재정위기의 장기화, 중국의 성장 둔화, 미국 경제의 저성장 등으로 신속한 수출여건의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고, 국내적으로는 가계부채 연착륙 대책의 필요성, 고용과 내수 증가세의 약화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와 함께 국가 경제성장 동력인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급감도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1970년대 3.1%였던 생산가능인구 증가율은 지난해 1.0%까지 떨어졌다. 빠른 고령화와 출산율 하락으로 생산가능인구는 더욱 가파르게 줄어들고, 이는 결국 노동력 부족과 소비여력 위축을 불러 잠재성장률 하락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1990년대 이후 한국 경제는 근로시간 단축과 투자 위축 등으로 인해 노동과 자본의 양적 투입이 큰 폭으로 둔화됐다. 그 결과 1990년대 7%대에 달하던 경제성장률은 2000년대에는 4%대로 떨어졌다. 최근 5년 사이 근로시간 감소속도가 OECD 국가 중 가장 빠르다는 점도 저성장 기조에 무게를 싣고 있다.
국내 설비투자 수요 정도를 파악하는 지표인 설비투자 증가율도 악화돼 1970년대 18.3%, 1990년대 9.1%에서 작년에 3.7%로 급락했다. 설비투자 둔화는 단기적으로 경기회복력을 약화시키며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성장잠재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정부를 제외한 경제연구기관 대부분이 내년 실질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3%대로 낮춰잡고 있는 등 당분간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오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예산정책처는 "저성장에 대비해 경기회복세가 빨라지는 내년 후반에는 통화정책을 다소 긴축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해선 다중채무자 여신에 대한 충당금 적립금을 단계적으로 상향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