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패트롤> '웅진사태' 관치금융 강화 수단 활용은 곤란
2012-10-08 18:39
서적 외판원으로 시작해 창업 20년 만에 매출 1조원을 넘어섰던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신화가 무너졌다.
지주회사 역할을 하던 웅진홀딩스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생사여탈권이 법원으로 넘어갔으며 향후 기업회생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경우 그룹 자체가 해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웅진그룹의 몰락은 윤 회장 등 대주주와 경영진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사업성 검토 없이 계열사를 문어발식으로 확장하고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인재를 중용했으며 법정관리 신청 직전에는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의심케 할 만한 행위까지 서슴지 않았다.
채권단은 윤 회장이 기업을 망쳐놓고도 경영권 유지를 위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다시는 웅진그룹과 같은 나쁜 사례가 나오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금융위원회가 채권단 보호를 빌미로 뜬금없이 제도 개선의 주체로 나선 데 대해서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금융위는 웅진그룹과 채권단이 참석하는 법원 심문이 열리기 하루 전인 지난 4일 기업구조조정 제도 개선 검토 방향을 발표했다.
법원 주도의 법정관리 제도를 악용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만큼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에 근거한 워크아웃 제도를 강화하겠다는 게 요지다.
이를 위해 해당 기업은 물론 채권단도 워크아웃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오는 2013년 일몰이 되는 기촉법의 상시법제화를 추진키로 했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기업회생 절차가 진행되는 법정관리 제도와 달리 워크아웃 제도는 채권단이 경영에 직접 관여할 수 있다. 결국 채권단을 움직일 수 있는 금융당국의 입김이 작용할 여지가 크다는 얘기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을 비롯한 금융당국 관료들이 향후 기업구조조정 작업을 주도하기 위해 웅진그룹 사태를 계기로 영향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법정관리와 워크아웃은 각각의 장단점이 있어 어느 한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기업구조조정을 투명하게 진행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지만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관치금융 확대를 추진하는 것은 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