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작가 정보영 "텅빈공간 빛의 흐름에서 숭고한 느낌 받았죠"
2012-10-08 19:23
'빛, 시간의 경계' 주제..10일부터 이화익갤러리서 신작 20점 전시
이화익갤러리 2층에 정보영의 신작 '빛, 시간의 경계'가 걸려있다./사진=박현주기자 |
아주경제 박현주기자=보면 볼수록 빠져든다. 그곳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텅빈 공간속 빛이 만들어낸 자리는 어둠과 빛의 사이를 극명하게 가른다.열려진 창문, 비스듬히 기대어 있는 사다리, 조용히 여린 빛을 발산하고 있는 촛불. 무슨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긴장감마저 느껴진다.
'공간과 빛'의 관계를 탐구하는 작가 정보영(39)의 신작은 밀도가 더 촘촘해졌다.
"넓은 창을 통해 계절에 따라 변하는 빛의 흐름에서 숭고한 느낌을 받았어요."
4일 만난 작가는 깊은 갈색의 그림속에서 빠져나온듯 조용조용했다.
작가는 "공간의 특정성을 드러내기보다는 공간을 빌어서 보이지 않는 빛과 시간이 만들어낸 정서적인 느낌에 초점을 맞춘다”고 했다.
2004년부터 그리기 시작한 미술관은 해가 거듭할수록 진해지고 있다.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는 일상적 공간인데 다가설수록 익숙하지만 낯선 분위기로 매료시킨다. 작가는 '신비로움'이라는 마법을 부리는 붓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적막함이 감돌아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도 연상되지만 작가는 "데이비드 호크니를 좋아한다"고 했다.
청주의 한 미술관을 빛과 어둠 촛불을 이용해 신비롭게 담아낸 정보영 작가가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사진=박현주기자 |
초등학교때 부터 '잘 그린다'는 소리를 듣고 자란 그는 고등학교 1학년때 "색채들의 조합에 끌려" 화가가 될 것을 결심했다.
홍익대 회화과에서 공부하면서 "그리기는 무엇일까". 회화에 대한 본질적인 연구를 했다. "그리기의 기본요소는 공간"이라는 결론을 냈다.
원근법 소실점을 이용한 기본 공간, 미술사책에서 보여주지는 명화공간을 차용했다.
"베르메르의 작품을 많이 모사했었다"는 작가는 '벨라스케의 라스메니나스, 네덜란드·바로크회화를 탐구했죠. 극적인 공간대비와 모호함이 마음에 끌렸다."고 했다.
원근법과 수직과 수평선이 만들어내는 기하학적인 구도등을 보여주는 작품의 배경이다.
정보영 Lie one upon another Oil on canvas 162.0 x 227.3cm 2012. |
유화를 고집하며 회화의 기본 요소들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작품은 아카데믹한 작품이면서 풍부하고 깊이있는 색감의 변화, 디테일한 표현들로 회화적 감수성을 부각시킨다.
어둠을 가르는 드라미틱한 빛의 방향때문일까. 실제로 작품앞에서 서면 마음의 갈피마다 숨겨져있는 몇개의 길을 밟게해준다.
김복영 미술평론가는 "어둠과 밝음이 일구어내는 화면은 예술가의 영혼의 깊이와 너비에 맞추어져 있다"며 "빛을 소재로 시간의 경계를 응시한 정보영의 작품은 '말할수 없는 세계의 진실'을 열리게 한다"고 밝혔다.
1997년 첫번째 개인전이후 송은미술대상 미술상(2005)을 수상한바 있고 2007-2010년 홍콩크리스티경매에서 추정가보다 높은 금액으로 꾸준히 낙찰되는등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작가는 오는 10-23일 서울 송현동 이화익 갤러리에서 '빛, 시간의 경계'를 타이틀로 162X227cm 대형신작등 20여점을 선보인다.(02)730-7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