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절체절명의 시기다-4> 산업현장 연말까지 '고난의 행군'…내년부터 희망 보인다
2012-09-26 16:30
아주경제 산업팀= 글로벌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매월 간신히 무역 흑자를 유지하는 '불황형 흑자' 체제가 장기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계도 생존 여부를 건 고난의 행군을 벌이고 있다. 연말까지는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업계 일각의 공통된 견해다.
하지만 미국 대선 이후 새 정부가 들어서고 중국이 추가 경기부양에 나설 내년 이후에는 업황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만큼 일단 최악의 상황은 면할 것이란 전망도 만만치 않다.
공급 과잉 국면에 접어든 반도체와 가전 부문은 당분간 경영난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지만 수출 견인차 역할을 해왔던 자동차와 중공업 부문은 내년부터 본격적인 실적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사 위기를 겪던 조선·해운과 정유·화학 업황은 바닥을 찍고 반등에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 전자업계, 보수적 투자전략으로 선회
글로벌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전자업계는 올 4분기는 물론 내년까지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부문의 경우 D램 가격이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면서 원가 보전이 어려운 상황까지 내몰렸다.
세계 1위 반도체 생산업체인 삼성전자까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전동수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메모리 담당 사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년 투자를 보수적으로 할 것”이라며 악화된 시장 상황을 우회적으로 설명했다.
글로벌 TV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프리미엄급 신상품을 잇따라 출시하며 시장점유율 유지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시장 규모는 오히려 축소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전 세계 TV 출하량은 5163만5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하면서 지난해 4분기 이후 역성장이 이어지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의 경우 삼성전자가 선전하고 있지만 애플과의 경쟁 격화로 긴장감이 해소되지 않고 있으며 LG전자는 적자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장성원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IT 분야의 경우 글로벌 경기 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환경이 어려워진 게 사실”이라며 “공급 과징에 따른 투자 감소와 유럽 국가들의 지출 감소 등이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과 미국 경제 동반 악화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더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냉장고와 세탁기 등 백색가전의 경우 11월까지 이어지는 계절적 성수기 영향으로 실적 개선을 기대할 만하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4분기는 가전 부문의 전통적인 성수기로 시장성장률이 3분기보다 소폭 개선될 것”이라며 “국내 업체들이 프리미엄 전략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어 필립스나 제너럴일렉트릭스(GE) 등 해외 경쟁사보다 좋은 실적을 거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자동차·정유·화학 “우리가 주인공”
자동차 산업은 국내 개별소비세 인하와 더불어 유럽지역 판매 호조까지 더해지면서 올 4분기는 물론 내년까지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2조3975억원과 1조1732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적기에 이뤄지고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내수 부진이 심각하지만 정부가 예상보다 빨리 개별소비세 인하 등의 부양책을 들고 나왔다”며 “4분기 이후에는 생산 증가와 내수 호조로 인한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럽 시장에서의 선전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8월 현대·기아차의 유럽시장 점유율은 6.6%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전 세계의 자동차 판매 규모도 지난해보다 5.8% 증가한 7840만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정유 및 화학 부문은 유가 상승에 힘입어 업체별로 속속 흑자 전환에 성공하고 있다.
상반기 중 배럴당 80달러대에 머물던 유가가 하반기 들어 100달러대를 웃돌면서 정제마진과 재고평가금액이 크게 오른 탓이다. 이에 따라 2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SK이노베이션, S-OIL 등은 대규모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4분기 계절적 성수기 영향으로 등유 및 경유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실적 향상폭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다만 중동산 저가제품 공세와 공장 재가동에 따른 공급과잉 우려 등은 면밀히 살펴야 한다.
김명신 코트라(KOTRA) 상하이무역관 박사는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의 경기부양책에 기대를 걸어야 한다”며 “중국의 기준금리 및 지급준비율 추가 인하 여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 조선·해운·중공업 ‘불황터널’ 빠져나오나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발주 물량 및 화물 물동량 감소로 줄도산 위기에 내몰렸던 조선·해운업종은 최악의 국면을 지나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있다.
대체로 내년 1분기 이후에는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삼성중공업 등을 필두로 한 조선사들은 하반기 들어 고부가가치 선박과 해양플랜트 수주에 잇따라 성공하고 있다.
다만 이같은 현상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유럽 재정위기 해소와 미국 및 중국의 경기부양 효과 등 글로벌 경제를 되살릴 수 있는 조치들이 뒤따라야 한다.
철강업계도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중국과 일본의 성장으로 국내 철강업계가 샌드위치 공격을 받고 있는 양상이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박사는 “국내 철강업계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제품 경쟁력 강화와 해외 수요 증가에 대한 선제적 공급체제 구축, 비관세 장벽 개선 등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