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격변의 4분기-2> 세계경제의 잃어버린 빛

2012-09-24 18:00
남유럽발 재정위기 확산으로 유로 분열·붕괴까지<br/>미국·중국 경제성장 둔화로 신흥시장도 수출 타격

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올해 글로벌 경제의 후반기 경기는 전반기보다 취약하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경제전문가 분석을 통해 올해 하반기 글로벌 경제를 이같이 진단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가 심화된 가운데 미국·중국의 경제성장마저 둔화되면서 글로벌 경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최근 나온 각종 경제지표는 하반기 전 세계 경제활동 가속도 기대에 찬물을 끼엊고 있다.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3.3%로 하향조정한 국제통화기금(IMF)은 신흥시장까지 위축세가 뚜렷해지면서 세계 전망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도 주요 20개국(G20)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2.8%, 내년에는 3.4%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걷잡을 수 없는 유로존 위기… 최악 시나리오까지
유로존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다. 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은 -0.2%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3분기 경제성장률도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IHS 하워드 아처 인사이트 이코노미스트는 "3분기 유로존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0.4%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남유럽발 재정위기는 주변국으로까지 확산됐다. 유럽 은행들은 재정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최후의 방화벽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독일 등 재정적 여력이 풍부한 북유럽 국가들도 무절제한 남유럽 위기국들을 구제하는 데 발을 뺐다. 위기국 국민들은 혹독한 긴축재정을 내놓은 정부에 등을 돌렸다. 경기침체에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유로존 이탈 및 분열 가능성도 제기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스페인·이탈리아 등 채무국은 물론 독일도 유럽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해결해야 할 정치적 걸림돌이 많다고 지적하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다고 경고했다.

유로존 경제상황은 더욱 암울해지고 있다. 마르키트에 따르면 유로존의 9월 구매관리자지수(PMI)가 39월래 최저치인 45.9를 기록했다. 지난 8월에는 46.3이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로존 이달 소비자신뢰지수도 40개월래 최저치라고 전했다.

◆3차 양적완화에도 미국 경제회복은 '글쎄'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는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내년에는 재정절벽 위험마저 도사리고 있는 데다, 고용시장의 개선 속도도 더뎌지고 있다. 미국 국가부채는 16조 달러를 넘어 사상 치고치를 기록했다.

가계부채도 2008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2분기 가계부채는 394억 달러 늘어나 13조 달러에 달했다. 미국의 금융 순수가치는 3000억 달러 감소해 62조7000억달러를 기록했다. 씨티은행은 미국 의회가 재정절벽을 막지 못한다면 투자자들의 대량 투매로 뉴욕 증시가 20%까지 급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업률도 2014년까지 최소한 9.5%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실업률은 1930년대 대공황 이래 최악의 상황으로 43개월째 8% 밑으로 내려가지 않고 있다. 이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고 고용시장 개선을 위해 매달 400억 달러의 모기지채권(MBS)을 무기한 사들여 시중 유동성을 확대하는 3차 양적완화(QE3)를 시행키로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QE3가 실업률을 낮추고 소비를 늘리기 어려울 것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스티븐 로치 미국 예일대 교수는 미국의 소비를 진작시키려면 가계빚을 탕감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 등 신흥시장마저… 수출전선에 타격
매년 8%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자랑하던 중국도 경제 경착륙 경고등이 들어왔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해외 수요가 약해진 데다 국내 부동산 침체와 제조업 악화까지 겹치면서 경기가 둔화하고 있다. 지난 2분기 수출과 소비, 공장 생산이 모두 위축되면서 지난 3년 사이 겨우 7.6% 성장에 그쳤다.

지난 2분기 경제성장이 6분기 연속 둔화에 이어 3분기에도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중국 인민은행의 송궈칭 통화정책위원은 올해 3분기에도 경제가 회복되지 않을 전망이며, 중국의 연간 경제성장률이 7.5%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IMF도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테일 리스크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테일 리스크란 일어날 확률이 높지는 않지만 발생하면 충격이 상당하다는 의미다. WSJ도 중국의 성장 둔화가 국내외 기업의 수익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브라질·인도 등 신흥시장도 동반 위축하고 있다. 유럽 및 중국의 경기 악화로 신흥국의 경제 원동력인 수출이 큰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브라질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한 달 동안 0.9%포인트 하락해 2.3%로 추정됐다. 인도는 경기부진과 함께 인플레이션 압력까지 지속됐다. 경제성장률은 0.6%포인트 하락한 6.2%로 예상됐다. 국가부채 비율이 GDP 대비 68%가 넘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투기등급으로 하향조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의 경제성장률도 평균 0.1%포인트 하락해 4.1%에 그쳤다. 수출증가율은 1월 3.8%에서 4월에는 1.3%까지 떨어졌다. 무디스는 인도·브라질 등 주요 신흥국 경제가 경착륙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신흥국 시장마저 경착륙하면 세계 경제에 주는 타격이 심각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