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低성장’ 한국 경제 가시화..KDI 전망치 또 낮춰
2012-09-17 14:36
KDI, 4개월전 3.6%보다 1.1%포인트 내린 2.5% 전망<br/>정부, 2013년 예산안 내놓는 이달말 성장률 수정 불가피
아주경제 서영백 기자= 글로벌 재정위기 장기화로 우리 경제 성장률의 2%대 추락이 가시화되고 있다.
정부의 대표 싱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7일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개월 만에 또 다시 낮춘 것은 당초 기대와 달리 하반기 경제가 지난해보다 나아질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유로존 위기와 세계경제 둔화에 따른 우려로 향후 성장세를 이야기하기에는 무리라는 평가다.
KDI는 우리 경제가 대내적으로 고령화 및 경제 성숙 등으로 잠재성장률이 점차 낮아지는 가운데 대외여건도 상당기간 악화되는 경우 낮은 성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세계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내년에는 성장률이 3.4%로 올라설 것으로 기대했다.
◇ 성장률 하향 배경은 ‘경기둔화 지속’
이번 KDI 경제전망의 핵심은 올해 성장률예상치를 2.5%로 하향한 것이다. 작년 5월 예상치(4.3%)보다 무려 1.8%포인트, 11월(3.8%)에 비해 1.3%포인트, 4개월전인 지난 5월(3.6%)에 비해 1.1%포인트 내렸다.
성장률 조정 배경에는 경기둔화가 지속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렸다.
우리 경제의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작년 1분기(4.2%) 이후 3분기 연속 둔화추세를 지속하고 있다. 올해 2분기에는 2.3%까지 하락했다.
세계경제 불확실성 확대에 따라 대외수요가 약화되는 가운데, 광공업·서비스생산 증가 폭이 축쇠되면서 전반적으로 경기가 빠르게 둔화되는 것이 문제다.
최근의 부실 저축은행 문제가 금융불안을 가중해 신용공급이 위축된다면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가 내수를 제약할 걱정까지 해야 한다.
여기에 유로존 재정위기의 장기화 및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유가상승 가능성은 우리 경제의 하방위험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 국내외 연구기관, 성장률 3%대→2%대 하향 ‘러시’
우리나라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대로 주저앉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미 국내외 경제연구소ㆍ기관들은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을 2%대로 낮춰 잡고 있다.
10개 해외투자은행 중 BNP파리바, 씨티, 골드만삭스, 노무라 등 4개가 7월중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췄다.
골드만삭스와 노무라는 각각 0.5%포인트, 0.2%포인트 낮춘 3.0%, 2.5%로 전망했다. BNP파리바는 기존보다 1%포인트 낮춘 3.7%로, 씨티는 3.4%에서 2.8%로 끌어내렸다.
민간연구소에서도 2%대 성장률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달 국내 전망기관 중에서 처음으로 올 성장률 전망치를 2%대인 2.6%로 제시했다. 지난 5월 전망치(3.2%)보다 0.6%나 낮춘 것이다.
한경연은 “유럽 경기침체 장기화, 미국 회복 지연, 중국 성장률 하락 등으로 수출여건이 악화되는 가운데 고용둔화, 정책여력 제약 등으로 내수여건 개선도 어렵다”며 성장률 전망의 하향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은행과 LG경제연구원은 6월에 각각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이 3.0%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산업연구원(3.2%), 금융연구원(3.4%), 삼성경제연구원(3.6%)등도 수정전망치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분위기다 보니 KDI까지 전망치를 하향조정하면 정부 역시 2013년 예산안을 내놓는 9월말에 성장률 수정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 정부도 전망 내리나
기획재정부는 6월에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3.7%에서 3.3%로 낮췄고 한국은행은 7월에 3.0%로 0.5%포인트나 내렸지만, 3%대 성장은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로 전락했다.
정부의 전망대로 3%대 성장률을 기록하려면 3분기와 4분기에 전분기 대비로 각각 1.3% 증가해야 하지만 앞서 1분기엔 0.9%였고 2분기엔 0.4%로 반 토막 났다.
한국 경제를 강타한 유로지역 재정위기 등 대외여건 악화는 현재진행형이고, 최근 나온 산업생산과 수출 등의 지표를 보면 3분기부터 갑자기 경기가 살아나길 기대하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런 분위기다 보니 정부 역시 2013년 예산안을 내놓는 이달말에 성장률 수정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최근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3.3%로 발표했다는 점을 상기해드린다”면서 “9월 말 예산안을 발표하기 전까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할지 결정하려면 8~9월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재정부는 이달 말 내년 예산안을 발표할 때 수정전망치를 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