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부채> 국민 조세부담 압박…'이대로 두면 통제불능'

2012-09-06 15:30
463조로 1년 새 빚 61조 늘어..부채비율 200% 육박<br/>정부 나서야..“부채 구조조정 절실”

아주경제 서영백 기자=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통합한 거대 공기업 LH. 규모만 큰 게 아니라 빚도 130조원에 달한다. 10년 전 국가채무 121조8000억원보다 많고, 부채비율도 500%를 넘는다. 현 정부의 주택정책사업인 보금자리사업을 추진하면서 채권을 대량 발행했기 때문이다.

#부실저축은행 지원을 맡은 예금보험공사는 지난해 손실이 10조원을 넘었고, 제 때 요금을 못 올린 한국전력도 작년까지 내리 5년 적자를 기록했다. 수자원공사는 2008년 부채비율이 10%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는 현 정부의 핵심사업인 4대강 사업을 맡으면서 116%로 급증했다.

공기업 부채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공기업의 경우 부채비율이 200%를 돌파하자 집단적으로 부실화하면서 결국 국민의 조세부담 급증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대로 놔두면 ‘통제 불가능한’ 수준까지 불어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공기업 부채가 늘어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의 공기업은 정부위탁사업을 주로 수행하는 준정부기관과 별 차이 없이 국가정책사업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이들의 부채를 국가 또는 정부 부채가 아니라고 애써 외면하기에는 논리적으로 모순이 있다. 수자원공사가 정부의 4대강 공사로 3조원을 떠맡게 된 것이 대표 사례이다.

◇5년 전 100% 남짓하던 부채비율이 200% 근접

기획재정부 자료를 보면 작년 말 기준 280여 공공기관 부채는 463조5000억원으로 전년말(401조6000억원)보다 61조8000억원(15.4%) 늘었다. 자산은 700조원에 육박한 698조9000억원으로 전년(644조8000억원)보다 54조1000억원(8.4%) 증가했다.

그러나 자산에서 부채를 뺀 자본은 235조4000억원으로 전년(243조2000억원)보다 오히려 7조8000억원(3.2%) 줄었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은 2010년 165.1%에서 지난해 196.9%로 급상승했다. 공공기관의 부채비율은 상장기업들과 비교해도 갑절에 이른다. 한국거래소의 집계를 보면 작년 12월 유가증권시장 결산법인 668개 중 616개사의 부채비율은 2010년 92%에서 작년 96%로 4%p 늘어난 데 그쳤다.

2010년 통계부터 새 회계기준이 적용되고 공공기관 지정 현황도 바뀌어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작년 부채 규모는 2007년 공공기관 자산(472조2000억원)과 맞먹는다. 2007년 자본은 222조9000억원, 부채 249조3000억원으로 부채비율은 112%에 불과했다.

2006년 부채(226조8000억원)에 견줘보면 5년 만에 갑절로 불어난 셈이다.

눈덩이라고 할 정도로 빠른 속도다. 국가채무가 2006년 282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420조7000억원까지 늘어나긴 했지만 공공기관 빚이 늘어난 속도엔 훨씬 못 미친다.

◇정부 나서서 제도 개선해야..“부채관리 강화” 시급

전문가들은 공기업 부채가 줄어들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부채를 줄이려면 사업 규모의 대폭 축소가 불가피한데 이는 채택 가능한 대안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그보다는 부채가 지금처럼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늘어나지 않도록, 다시 말해 통제할 수 있는 범위에서 부채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기업은 유사한 민간기업보다 부채수준을 낮게 유지해야 한다”며 “정부도 관련 가이드라인을 전달하고, 공기업도 사업구조조정을 통해 꼭 필요한 사업을 제외하곤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하반기 사회간접자본에 공공투자를 늘린다면, 재정은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당장의 국책사업보다 공기업 특성에 맞춘 재정운용이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도‘공공기관 금융부채 조달한도와 의사결정체계의 문제점과 개선과제’ 보고서에서 주무부처의 공공기관에 대한 감독 책임성을 높이고 차입금을 포함한 공공기관의 금융부채 한도액이 합리적으로 마련되도록 설립근거법 등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