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금융지원책 늦었지만 적절한 조치, 빠른 시행 필수"

2012-08-13 16:15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금융위원회가 13일 발표한 ‘건설업 금융지원 강화방안’에 대해 건설업계와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호의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미 많은 중소·중견 건설사들이 유동성 위기에 쓰러진 상황에서 발표 시기가 늦은 감은 없진 않지만, 지금이라도 건설사들의 유동성을 지원하려는 의지를 보였다는 것이다.

특히 그동안 자금 회수에만 혈안이었던 은행 등 금융권에 대해 일정 책임을 지도록 한 것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다만 이번 금융위의 방안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빠른 시행이 필요하고, 건설업과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한 국토해양부 등 관계부처의 후속 대책도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13일 금융위가 발표한 건설업 지원 방안은 3조원 규모의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발행, 브릿지론 부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채권 매입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이번 대책에 대해 “금융권이 책임을 회피하면 건설업이 연쇄부도를 일으킬 정도로 심각한 상황까지 도달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며 “은행의 책임을 분명하게 해줬다는 점에서 다소 늦긴 했지만 시의적절한 조치”라고 말했다.

대책에서는 우선 채권 행사를 최장 3년까지 유예하는 대주단 협약을 내년말까지 연장키로 했다. 대주단에는 17개 시중은행을 비롯해 173개 금융회사가 가입했다.

특히 대주단에 참여한 채권단이 4분의 3(채권액 기준) 이상 찬성하면 최대 3년의 채권 행사를 유예하는 기간을 더 늘리도록 했다.

또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중인 건설사에 대한 자금 지원 등을 놓고 벌어지는 주채권은행과 대주단간 갈등 해결을 위해 정상화 약정(MOU)를 체결토록 했다.

이렇게 되면 대주단 중 3분의 2 이상이 찬성할 경우 의결을 통해 이견을 조정이 가능해져 한두개 업체의 거부로 인한 자금 지원 중단 등 사태가 줄어들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최근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도중 자금 지원이 끊겨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P건설 관계자는 “14개 대주단 중 2개 은행이 자금 지원에 동의하지 않아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나머지 대주단들도 피해를 보게 됐다”며 “당시 강제성을 띤 의결권만 있었어도 유동성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채권담보부증권(P-CBO) 발행 규모를 1조7000억에서 3조원으로 늘리고, 기존 발행에 편입됐거나 잔액 갚지 못한 곳도 신규 발행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2008년과 2010년 한시 도입됐던 브릿지론 보증은 2년 만에 부활한다. 브리짓론이란 공사대금 채권을 담보로 돈을 빌릴 때 신용보증기금이 보증하는 제도로 공공기관 공사대금 채권을 담보로 업체당 300억원까지 보증이 제공된다.

김동수 한국주택협회 정책·기획실장은 “브릿지론의 경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끊긴 상황에서 공공공사에만 도입한 것은 실효성이 크지 않을 수 있다”며 민간사업에 대한 브릿지론 도입을 제안했다.

법정관리 중인 한 건설사 관계자도 “일시적으로 숨통이 트일 것은 틀림이 없는데 공공발주에 제한된 것이 아쉽다”며 “당장 워크아웃에 들어왔거나 공공물량이 많은 회사들에게 더 큰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PF 정상화 뱅크는 이달 중 1조원 규모의 부실 PF채권을 먼저 매입한 후 추가로 1조원을 더 사들일 방침이다.

이에 대해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부실 PF 사업장 규모가 막대한 데 자금 지원이 너무 적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김선덕 소장은 공공이 토지를 제공하고 민간이 사업하는 공모형 PF 문제도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호황기에 너무 비싼 값에 토지를 사서 사업성이 낮으므로, 공공부분에서 토지값 인하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공모형 PF 조정위의 경우 법적 지위를 갖추거나 강제성을 부여해 결단력 있게 구조조정을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특히 이번 발표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강력한 모니터링을 통해 관련 조치를 빨리 시행하는 것이 필수조건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이번 대책은 건설산업이 심각한 침체 상태에 빠졌기 때문에 금융위까지 나선 것”이라며 “추가 방안을 더 발표하기보다는 지금 이 방안을 정책으로서 실효성이 있도록 작동되는지 관련부처에서 모니터링을 꾸준히 실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