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의 경제학, 유통가 폭염에 매출 급증

2012-08-01 18:22

아주경제 전운·강규혁·홍성환 기자=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에어콘, 선풍기, 아이스크림, 맥주, 생수는 없어서 못 팔 정도다. 편의점 여름상품은 적게는 30%, 많게는 100% 이상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전국에 폭염특보가 내려졌지만 유통업계는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에어컨을 비롯해 전자제품과 아이스크림, 맥주 등은 재고가 바닥날 정도로 판매되면서 폭염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식음료=폭염이 지속되면서 빙과업체들은 아이스크림 판매 신기록을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빙그레는 빙과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 이상 신장했다. 빙그레 관계자는 "지난해 7월에는 비가 많이 온 반면 올해는 장마가 길지 않고 폭염경보가 더 많이 발효돼 신장률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며 "8월에도 폭염이 예보돼 있고 휴가철이 겹치면서 판매량이 계속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타 제과업체도 지난 7월 빙과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20%가량 증가했다.

날이 더워질수록 맥주 판매량도 급증하고 있다. GS25가 자사 편의점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맥주는 섭씨 26도 시점부터 판매량이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맥주업계 관계자는 "날씨가 급격히 더워지면서 재고가 부족할 정도"라며 "제품 회전율도 상당히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휴가철 시작과 함께 생맥주의 판매율은 감소되는 반면 가정용 캔·병·페트병 판매는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GS25의 맥주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6.3%가 증가했으며, CU도 36%나 급증했다.

◆유통=대형마트에서도 에어컨·선풍기 등 여름상품 매출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여름상품 매출이 연일 최고액을 기록하는 등 관련 상품들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지난달 21일부터 31일까지 10일 동안 이마트 에어컨 매출은 지난해 같은 때보다 287.8% 신장했다. 선풍기도 같은 기간 118.3% 증가했다. 생수 매출도 25.4% 늘었다.

홈플러스 역시 폭염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달 23일부터 29일까지 에어컨 매출이 전주 대비 무려 4배 넘게 증가했다. 선풍기는 같은 기간 3배나 늘었다. 이는 홈플러스 창립 이래 주간 매출 최고 기록이다.

롯데마트도 지난달 25일부터 31일까지 한 주 동안 에어컨과 선풍기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53.5%, 103.8%씩 늘었다. 이외에도 제습기가 60.8%, 대나무 자리가 108.4% 각각 매출이 증가했다.

하이마트는 지난달 29일 하룻동안 에어컨 1만4775대를 판매, 창사 이래 최다 판매 신기록을 세웠다. 이전까지 일일 최다 판매량은 작년 6월 19일 기록했던 1만123대로 이보다 46% 늘어난 수치다. 일일 매출 신기록도 이날 올린 310억원이었다.

◆의류=폭염으로 인해 의류업계는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외출을 삼가는 쇼핑객들이 늘어나면서 전체 매출은 떨어지는 반면, 더위를 식혀주는 기능성 의류는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폭염으로 백화점 의류매장, 스트리트숍(가두매장)의 신사복·숙녀복 등의 매출은 20% 넘게 곤두박질쳤다. 백화점이 한 달간의 장기 세일에도 불구하고 매출신장률이 1%에 머물렀던 것은 경기불황과 무더위가 맞물려 백화점 쇼핑객들이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제품들은 폭염으로 오히려 쾌재를 부르고 있다. 냉감 소재를 사용한 아웃도어 제품이나 바캉스 기간 매출이 증가하는 아쿠아 수즈 등이다. 열은 흡수하고 땀 배출 능력이 좋은 냉감 기능의류는 최근 판매가 급증하는 추세다.

K2가 출시한 '트레킹 멜란지 반팔 짚티와 '컴포트 린넨 반팔티' 등은 판매율이 80%를 상회하며, 최근에는 4차례나 재생산에 들어갔다. 패션성 못지않게 기능성을 강화한 속옷 또한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