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정조준에 숨죽인 재계 ‘정면대응하고 싶지만…’
2012-07-11 18:18
아주경제 박재홍 기자= "기업들이 무슨 힘이 있습니까? 정부나 정치권에서 하라고 하면 따라가야지요."
국내 굴지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11일 '경제민주화'를 화두로 정치권에서 대기업을 정조준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고충을 호소했다.
오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여야의 최대 화두가 경제민주화로 떠오르면서 대기업을 비롯한 재계가 잔뜩 몸을 움츠렸다.
특히 전날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대기업의 신규 순환출자 금지, 대기업 총수의 사면 제한 등을 화두로 들고 나오면서 재계에서는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며 적극적인 대응보다는 분위기를 살피는 모습이다.
또다른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최근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 분위기 살피는 재계
적극적 반박을 통해 정치권과 맞서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결과적으로 득이 될 게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경제민주화' 정의의 재정립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전날 개최한 '제2차 경제민주화 토론회'에서 재계의 입장에서 경제민주화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는 데 집중했다.
1차 토론회에서 "규제의 실효성만 강조한 경제민주화에 대한 정치권의 정의가 잘못됐다"며 공세적 태도를 보였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앞서 전경련은 경제민주화 조항이 들어 있는 헌법 119조 2항의 삭제 논란에 여야의 집중포화가 떨어지자 "(경제민주화 조항의) 남용 우려를 한 것이지 삭제를 주장한 적은 없다"며 해명해 사태 진화에 나섰고, 국회의원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차세대 리더십 캠프' 행사 역시 여론의 반발로 뒤늦게 취소한 바 있다.
◆ 내부에선 '부글부글'
그럼에도 재계 내부에서는 최근 정치권이 대기업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모습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특히 순환출자나 총수들의 사면 문제 등은 기업 오너들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만큼 경영 전반에 있어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박 전 비대위원장의 출마 선언과 함께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른 출자총액제한제도를 규제하는 문제의 경우 재계 1, 2위인 삼성·현대차 그룹이 직접적인 규제 영향 아래 놓이게 된다.
또 신규출자를 제한하는 박 전 위원장의 안이 아닌 기존의 순환출자를 3년 이내에 해소하지 않을 경우 의결권을 제한하는 민주통합당의 안이 적용되면 총수 일가의 지배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현대차의 경우 즉각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한 대기업 그룹의 관계자는 "순환출자구조 자체도 상호출자제한제도로 인해 생겨난 구조이고, 그 구조를 만든 것도 사실은 정치권"이라며 "그런데 그 정치권에서 또다시 순환출자구조를 두고 문제 삼고 있는 것"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