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현철 기자=우리나라 초등학교 1학년 학생 100명 중 약 4명이 ‘죽고 싶다’거나 ‘자살하고 싶다’ 등의 ‘자살성 사고(suicidal ideation)’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성 사고는 실제 자살 행위 자체는 없지만 자살에 대해 심사숙고하거나 자신을 죽음으로 이끌 수 있는 우려가 있는 경우를 뜻한다.

9일 홍현주 한림대의대 정신과 교수팀에 따르면 국내 5개 초등학교 1학년생 707명을 대상으로 우울증상과 공격성, 자살 사고 등을 조사한 결과 3.8%(27명)가 자살 사고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조사는 아이들의 어머니가 대신 평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아이가 얘기하는 ‘죽고 싶다’, ‘자살하고 싶다’는 등의 표현을 4가지 빈도(안 나타난다, 때때로 나타난다, 자주 나타난다, 항상 나타난다)로 나눠 분석했다.

연구팀은 ‘때때로’ 이상의 빈도로 말하는 아이를 ‘자살 사고’가 있는 것으로 봤다.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아이들의 우울증상과 공격성은 자살 사고의 의미있는 위험요인으로 관찰됐지만 부모의 우울증은 직접적인 자살 위험요인이 아니었다.

홍 교수는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청소년의 경우 자살 사고가 일시적 병리가 아니고 만성적이라는 기존의 연구를 참고하면, 초등학교 1학년들의 자살 사고 역시 일시적인 병리가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또 자살이 만성적이라는 것은 막연한 자살 사고가 더 구체적인 자살 계획, 자살시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일반적으로 본인에게 물어보면 자살 사고의 빈도가 더 높아지는 점을 고려할 때 실제 자살 사고를 하는 초등학교 1학년생이 이번 조사결과보다 더 많을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홍 교수는 “1학년이라도 ‘죽고 싶다’고 호소할 때는 ‘어린애가 무슨 소리냐’고 무시하지 말고 힘들어하는 게 뭔지, 절망감이나 무력감의 표현은 아닌지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며 “보통 자살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는 시기가 10살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자살 예방대책도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은 정신과 분야 국제학술지(Comprehensive Psychiatry) 최근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