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에 대한 거래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0.001%의 세율을 매기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파생상품거래세는 다음 달 8일께 발표되는 세법개정안에 담길 예정이다.

8일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파생상품거래세와 관련 “18대 국회 때 폐기된 이혜훈 한나라당(구 새누리당) 전 의원의 증권거래세 개정안 수준이 타당하지 않겠나”라며 0.001%의 세율이 매겨 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 개정안은 시행 초기 3년간 파생상품 거래세로 0%의 세율을 적용하며 이후부턴 기본세율(0.01%)의 10분의 1인 0.001%의 낮은 세율을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우선 개정안에서는 0.3%의 거래세를 부과하고 있는 일반 주식거래와 ‘과세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목적을 두고 있다.

또 파생상품을 이용한 조세회피를 방지하고 새로운 세원을 확보하겠다는 목적도 있다. 특히 국내 파생상품 시장의 과열 양상도 잠재우겠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우리나라의 파생상품 시장규모는 1경원대로 전 세계 증권거래소별 거래량에서 1위를 차지했다. 1996년 코스피200 선물 거래로 시작된 이후 39억 건의 계약을 기록한 것이다.

유럽연합(EU)에서도 2014년부터 금융거래세를 도입하기 위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시장의 안정성을 위해 거래세 도입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다만 개정안을 정부입법으로 할지 의원입법으로 할지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의원 입법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시기가 촉박한데다 정치권에서도 거래세 도입에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이혜훈 전 의원의 안과 같은 0.001%를, 민주당은 0.01%의 세율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권의 의지대로 거래세를 매길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 전 의원의 개정안이 이미 18대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까지 거쳤으나 국회 본회의 문턱에서 좌절된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와 금융감독 당국, 그리고 부산지역의 정치인과 부산금융시민단체들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정치권이 합의 도출을 한다 해도 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반대입장 측의 주장은 확고하다. 일단 거래세를 매기면 시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또 전 세계적으로 파생상품거래세를 부과하는 국가가 대만 밖에 없는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거래세가 없는 홍콩, 싱가포르 등 해외 경쟁시장으로 이탈할 가능성도 크다.

실제로 대만은 지난 1999년 거래세를 도입해 거래량의 40%를 싱가포르에 뺏겼다. 일본 역시 싱가포르로 유출되면서 거래세를 도입했다 폐지한 바 있다. 1988년에 시행한 법안을 1993년에 폐지한 것이다.

한편, 종교인 과세는 예정대로 세법개정안에 담길 전망이다. 다만 종교인 과세가 세수증가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진행되는 만큼 과세 원칙이 발표되더라도 당장은 과세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부가 납세 의무를 이행한 종교인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혜택도 부과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