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재건축발 전세대란 오나, 내달 가락시영 6600가구 이주

2012-06-27 17:54
올 하반기 서울서 8곳 9713가구 이주 예정<br/>저렴한 전세 시세 맞춰 경기 외곽지역 이사 늘듯

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올 하반기 서울지역 전세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상반기 대비 4배나 많은 재건축 이주 수요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대규모 이주를 앞두고 해당 지역 주변 전세시장이 들썩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재건축 이주 수요는 특히 강남권에서 많이 몰려 있다. 당장 다음달 6600가구에 달하는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인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영아파트 주민들이 본격 이주에 나선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번지에 따르면 올 하반기 이주하는 서울지역 재건축 단지는 8곳 9713가구에 달한다. 올 상반기 2500여가구의 고덕동 고덕시영(한라·현대)아파트 단 한 곳이 이주한 것과 비교하면 4배에 달한다.

올 하반기 이주물량은 특히 강동·서초·송파구 등 강남권에 집중돼 있다. 가락시영 1·2차 아파트가 하반기 이주 행렬의 스타트를 끊는다.

가락시영 재건축조합은 지난달 21일 총회를 열고 7월 선(先)이주를 확정했다. 4년 전 1150여명이 먼저 이주를 한 것과 관련한 비용이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빨리 정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 조합측 이유다.

송규만 조합 사무국장은 "지금 은행과 협의를 마친 상태이고, 7월 중으로 이주공고를 낼 예정"이라며 "이주는 서울시가 현 25%인 소형주택 건립비율을 30%로 늘리라고 권고한 것과는 별개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인근 S공인 관계자는 "아직 이주 공고가 나기 전이라 주변 지역 전세시장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며 "하지만 본격 이주가 시작되면 주변 전셋값이 들썩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한 공인중개사는 "주변 시세에 비해 가락시영의 전세나 월세가 저렴한 편이기 때문에 시 외곽이나 인근의 낡은 다세대·다가구주택 쪽으로 이사하려는 수요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서초구 잠원동 대림아파트(637가구)도 올 하반기 이주를 앞두고 있다. 조합은 오는 9월 중 관리처분 총회를 열어 분담금 액수를 확정하고 10월 이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강동구 상일동 고덕주공4단지(410가구)와 서초구 신반포 한신1차(790가구) 역시 하반기 이주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다.



한편에서는 잇단 재건축 이주로 주변 지역에서 전세난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지만, 강남권의 경우 전셋값이 크게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찮다. 이주 대상 세입자들이 값비싼 전셋값을 주고 강남지역에 계속 머물 이유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연구원은 "현재 재건축을 앞두고 있는 강남권 저층 단지의 전셋값은 대부분 1억원 미만"이라며 "요즘 강남의 웬만한 아파트 전셋값은 2억~3억원대로, 이주 세입자들이 다시 강남에 머물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자녀 교육 문제나 직장 출·퇴근 등으로 강남에 머무는 수요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외곽지역으로 빠져나갈 확률이 크다는 설명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도 "강남 재건축 이주 수요 상당수가 인근 경기도 하남·성남시 쪽으로 이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