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물가가 오르는 불편한 진실?
2012-06-17 13:35
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대기업이 힘들면 중소기업은 된서리를 맞는다. 유화업계에 해당되는 얘기인 것 같다. 올들어 유화업계는 기나긴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연초 CEO들이 작년보다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반년이 지나도록 유럽문제가 갈피도 못 잡을 것이라곤 예측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유럽 때문에 최대 수출국인 중국시장의 회복이 지연되면서 유화업계는 심각한 침체를 겪고 있다. 여기에 이란문제까지 겹쳐 원자재값도 업계를 지치게 한다.
원재료를 조달하는 대기업이 힘들면 중소 가공업체도 힘들어지는 게 당연사다. 하지만 석연찮은 이유의 공급가 인상이 중소기업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 “연초 잡았던 목표달성이 힘들어지자 중소업체에 부담을 떠넘겨 메꾸려는 것 아니냐”는 불신감이 자리잡았다.
중소업계에 따르면 3~4월경 국제유가가 올랐을 때 특정 대기업이 국내 공급가를 대폭 인상했다. 인상폭이 너무 커 불만이기도 했지만, 이 기업은 구조적으로 경쟁사에 비해 유가인상에 취약한 나름의 근거를 댔다. 문제는 그럴만한 이유가 없는 경쟁사들도 시차를 두고 결과적으론 비슷하게 가격을 올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화제품은 수입산 비중이 적고 제품별로 공급사가 적은 과점형태가 많아 이러한 가격 의혹이 늘 따라붙었다. 기름값에서 자주 회자되는 ‘가격비대칭’ 의혹 역시 유화제품에도 자주 제기되곤 한다. 하지만 공개되는 가격정보의 양은 기름값에 비해 턱없이 적다.
정작 그런 유화제품은 자동차, 가전, 생활용품, 잡화 등 안쓰이는 곳이 없다. 가격 불합리에 따른 소비자의 부담이 기름값의 그것보다 훨씬 클 것이란 얘기다. 그럼에도 정보의 양이 적다보니 국민들은 기름보다 거부감을 덜 느끼며 소비한다. 유화제품에 대한 가격투명성이 제고돼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