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역사의 경차 ‘제 3의 전성기’ 맞았다

2012-06-14 18:00
모닝-스파크-레이 3파전… 올해 최초 20만대 넘길 듯

아주경제 김형욱 기자= 경차 시장 또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ℓ당 2000원이 넘는 고유가가 이어진데다 지난해 12월 제 3의 경차 ‘레이’의 등장으로 선택폭이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이달 초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발표한 지난 5월까지의 국내 경차 판매량은 전년동기대비 17.3% 늘어난 8만8863대였다. 전체 승용/SUV 판매가 5.9% 감소한 속에서 나홀로 성장한 것이다. 전체에서의 비중은 약 5분의 1(18.8%). 이 추세라면 약 21만대를 판매, 지난해 세운 경차 역대 최다 판매고(18만4899대)를 다시 한 번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왼쪽부터 기아차 모닝, 레이, 한국GM 쉐보레 스파크.
◆모닝 vs 스파크 vs 레이

시장이 늘어나며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박스카 스타일의 경차 기아차 ‘레이’의 출시로 3파전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 2008년 경차 배기량 기준이 기존 0.8ℓ에서 1.0ℓ로 늘어난 이후 모닝은 GM대우의 마티즈(현 한국GM 쉐보레 스파크)를 두 배 가까이 앞서 왔다. 지난해 판매량은 모닝이 11만7000대, 쉐보레 스파크가 6만3763대였다. 그러나 올 초부터 레이가 본격 판매되며 3개 모델의 판매가 비슷해졌다.

올 5월까지 모닝의 판매량은 3만5450대, 스파크가 2만6647대, 레이가 2만3766대다. 비중은 각각 41%와 31%, 28%다. 회사별로 놓고 보면 7대 3으로 여전히 기아차가 압도적이지만 차종만 놓고 보면 큰 차이가 없다.

이처럼 뚜렷한 3파전이 된 것은 레이와 함께 쉐보레 스파크의 선전도 한 몫 했다. 경쟁모델 출시라는 악재에도 판매가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경차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월 25%에서 5월 34%로 10%포인트 가량 늘렸다.

한국GM은 이에 대해 “쉐보레 스파크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트랜스포머3 개봉에 맞춘 한정판 모델에 이어, 핑크 스파크, 스파크 타투 에디션을 출시하는 등 ‘패션 경차’로 포지셔닝 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패션 경차’란 개념이 ‘아줌마가 시장갈 때 타는 차’라는 경차 인식을 불식시킨 것이다. 스파크와 모닝은 현재도 각각 패션 브랜드 에잇세컨즈, 자라와 공동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애초부터 독특한 스타일의 박스카 형태로 출시된 레이는 이달 초 뒷좌석을 없애고 수납 공간을 극대화 한 레이 밴 모델을 출시, 또 다른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다.

원조 '국민경차' 대우차 티코. 1991~2000년 10년 동안 국내서 약 41만대가 판매됐다. 현재도 약 1000대가 실제 주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 김형욱 기자)
◆ 22년 역사의 경차 제3 전성기 맞다

이처럼 3개 모델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가운데 경차는 올해 22년 역사 중 최전성기를 맞을 전망이다.

국내 경차의 역사에는 세 번의 전성기가 있다. 1991년 대우자동차(현 한국GM)가 ‘국민 경차’ 티코를 출시하면서 열린 경차는 첫 해 3만1783대에서 1996년 10만3918대가 판매되며 경차 10만대 시대를 열게 된다. 1차 전성기다.

두 번째 전성기는 1998년. 연초 출시한 대우차 마티즈(1세대)는 그 해 총 8만8951대가 판매되며 ‘국민 경차’ 자리를 승계했다. 같은 해 현대차가 내놓은 경차 아토즈도 본격 판매됐다. 티코-마티즈-아토즈 3파전이 시작됐다. 그 해 경차 판매량은 총 15만1275대. 이듬해인 1999년에도 티코의 단종과 맞물려 기아차가 비스토란 경차를 내놓으며 3파전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후 경차 시장은 7년 동안 ‘암흑기’를 맞는다. 1997년 외환위기 여파로 경차 시장을 이끌었던 대우차와 기아차가 파산했다. GM과 현대차에 인수되기까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마티즈를 제외한 전 모델이 단종됐고, 2006년엔 경차 판매량이 역대 최저인 3만9221대까지 떨어졌다.

암흑기가 끝난 건 2008년부터다. 그 해 1월 1일부터 경차 배기량 기준이 기존 0.8ℓ 미만에서 1.0ℓ 미만으로 바뀌었고, 기아차는 그에 맞춘 경차 모닝(1세대)을 출시한다. 한 해 동안 8만4177대가 판매된 모닝에 힘입어 2008년 경차 시장은 다시 10만대(13만4303대) 를 넘어선다. 모닝을 이듬해 티코에 이어 경차로는 역대 두 번째로 단일 모델 10만대 판매를 돌파(10만2082대), 지난해까지 3년 연속 10만대 이상을 판매한다.

이후 한국GM도 2009년에 배기량을 1.0ℓ로 높인 마티즈 크레이티브(현 쉐보레 스파크)을 출시하며 맞불을 놨고, 기아차는 지난해 1월 신형 모닝(2세대), 12월 레이 출시로 지금의 세 번째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