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나, ‘슬로 플레이’ 해결해야 대선수 된다

2012-05-14 11:26
美플레이어스챔피언십 공동 7위…괴상한 루틴과 시간끌기로 비난 자초

케빈 나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왜글 24번, 연습스윙 5번, 볼에 다가섰다가 물러서기 2번.

보는 갤러리나 시청자도, 동반 플레이어도 답답한 노릇이다. 이처럼 지루할정도로 오랫동안 ‘프리샷 루틴’을 하는 주인공은 바로 재미교포 케빈 나(29· 타이틀리스트)다.

케빈 나는 14일(한국시각) 끝난 미국PGA투어 플레이어스챔피언십(총상금 950만달러)에서 4라운드합계 8언더파 280타(67· 69· 68· 76)로 공동 7위를 차지했다. 2, 3라운드에서 선두에 나서며 통산 2승이 기대됐으나 최종일 오버파로 뒷걸음질치고 말았다.

케빈 나는 투어에 다시한번 ‘슬로 플레이’에 대한 경각심을 높였다. 특히 대회 3라운드에서 그는 보는 사람이 지겨울 정도의 괴상한 루틴, 실제스윙과 구분하기 힘든 연습스윙 등으로 비난받았다. 급기야 경기위원이 다가와 ‘플레이 속도가 늦다’며 경고를 주기도 했다.

미PGA투어측은 자신의 샷 차례가 온 후 페어웨이에서는 40초, 그린에서는 60초의 시간을 부여한다. 초과할 경우 슬로 플레이로 간주한다. 경기위원은 처음 위반시 경고를 주지만 두 번째 위반시 1벌타와 함께 50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한다. 세 번째 위반시 2벌타와 1만달러가 부과되며, 네번째 위반시 실격이 주어진다.

그러나 케빈 나의 경우에서 보듯 규정만 있을 뿐, 벌타가 부과되는 일은 거의 없다. 최근 슬로 플레이로 벌타를 받은 것은 20년전인 1992년 바이런넬슨클래식에서 딜러드 프루잇이다.

사정이 이러자 타이거 우즈조차 “슬로 플레이가 발각되면 경고없이 곧바로 벌타를 부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정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타에 수억원이 왔다갔다하는 투어프로들에게 5000∼2만달러의 벌금은 ‘새발의 피’이기 때문에 ‘스트로크 벌타’를 주어야 한다는 논리다. 이번 대회 1, 2위간 상금차이는 68만4000달러다.

케빈 나의 케이스를 계기로 선수, 미PGA투어, 매스컴, 갤러리들한테서 슬로 플레이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케빈 나를 비롯 벤 크레인, J B 홈스, 글렌 데이, 웹 심슨, 잭 존슨, 파드리그 해링턴, 션 오헤어, 존 센든 등 내로라하는 ‘슬로 플레이어’들은 앞으로 주의해야 할 듯하다.

케빈 나가 이번 대회 최종일 선두권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오버파를 치며 무너진 것도 슬로 플레이에 대한 지적을 의식한 결과로 풀이된다. 자신의 프리샷 루틴이나 플레이 속도가 느리다는 것을 알고 평소와 달리 서둘렀을 법하다.

미국 언론들은 특히 케빈 나의 느림보 플레이를 2002년 US오픈 때 지적받았던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와 비교했다. 당시 가르시아는 샷을 하기 전에 그립을 쥐었다가 놓는(그립 & 리그립) 동작을 수차례 반복했고 마침내 한 갤러리와 욕설까지 주고받았다.

케빈 나가 지니고 있는 더 좋지 않은 동작은 연습스윙을 실제스윙처럼 하는 것이다. 지난해 그가 투어 첫승을 올렸던 ‘J T 슈라이너스 아동병원오픈’에서도 그 동작때문에 논란이 일었다. 헛침(whiff)과 게이트를 묶어 ‘휘프게이트’(whiffgate)라는 비꼬는 말도 생겨났다. 본인은 연습스윙이라고 주장하지만, 동반자나 시청자 눈에는 실제스윙과 흡사하다면 문제가 있다. 요컨대 “스윙했는데 볼을 맞히지 못했으므로 1타다”라고 말하면 할 말이 없는 것.

케빈 나는 이번 대회 상금으로 29만6083달러(약 3억4000만원)를 받았다. 그렇지만 괴상한 프리샷 루틴과 슬로 플레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투어 ‘2승 시점’은 더 요원할 지 모른다.

미PGA투어 슬로 플레이 제재 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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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반       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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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경고
2차       1벌타와 벌금 5000달러
3차       2벌타와 벌금 1만달러
4차      실격과 벌금 2만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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