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등돌린 통합진보당 당권파 "뭐 믿고 버티나"

2012-05-08 18:13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대한민국의 가장 왼편에서 서서 소외계층을 대변한다는 통합진보당에는 민의가 반영될 틈은 없는 것일까.
 
 비례대표 경선 부정 의혹에 휩싸인 통합진보당 당권파가 '비례대표 사퇴는 없다'며 돌입한 농성이 '버티기'를 넘어 '생떼'·'전횡'으로 치닫고 있다.
 
 당권파는 비당권파의 지도부·비례대표 전원 사퇴 요구와 당을 향한 국민적 비판여론을 모두 무시한 채 이번 사태를 무마하려 해 당을 일방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배경과 '힘의 원천'에 궁금증이 커진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는 8일 당권파 중심으로 자신이 제안한 비례대표 경선부정과 관련한 진상조사위에 대한 공청회를 강행했다. 이날 공청회는 진상조사위의 결과 발표를 신뢰할 수 없다며 비난하는 분위기로 흘렀으며, 참여를 거부한 진상조사위와 비당권파의 의견은 철저히 배제됐다.
 
 이는 당권파가 △진상조사위의 결론이 잘못됐으며 △당권파는 무고하다는 여론을 형성해 △당권파 출신 비례대표 후보가 사퇴하지 않는 근거를 마련하기위함이란 것이 정치권의 해석이다.
 
 진상조사위 발표 초기에는 당권파 스스로도 책임을 인정하는 분위기였으나, 국민여론 악화와 정치권의 비난이 거세지면서 원내 지분이 줄어들 수 있다는 위기감에 서둘러 책임소재를 진상조사위에 떠넘기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당권파가 국민여론을 역행한 채 일방향적 의사결정이 가능한 까닭은 당권파의 주축인 민주노동당의 지분(전국운영위·당원 등)이 절대 다수인 데다, 통합진보당의 원내 지분이 워낙 소수라 여론에 크게 귀 기울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통상 공당(公黨)에서 검찰조사까지 예고된 수준의 사안이 터지고 국민여론이 등을 돌릴 경우 민의를 수용, 지도부 사퇴 및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 '새옷 갈아입기'에 나서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더구나 현재 당권파는 민노당 민족해방(NL) 계열의 경기동부연합을 중심으로 인천연합, 울산연합, 광주·전남연합 등 특정 세력이 주축을 이루고 있어, 사실상 이들의 뜻이 당론을 결정하는 상황이다.
 
 이들 당권파 세력은 서울대·한국외대 등 학맥으로 얽힌 폐쇄적인 조직으로, 운영은 집단운영 체제며 특정 정치 현안에 집단대응하는 등 결속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경기동부연합이 비례대표 후보 2번 이석기 당선자와 3번 김재연 당선자의 사퇴를 막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조직 문화에서 비롯됐다. 이는 현재 통합진보당이 귀를 막은 채 특정 조직에 휘둘려 사당(私黨)화 됐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1990년대 중반부터 학생 운동이 퇴조하기 시작하자 조직의 폐쇄성은 더욱 강화됐고, 민주화 운동이라는 일종의 선민의식 아래 조직 부흥에만 매몰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당권파가 유시민·천호선 등 국민참여당 출신 비당권파 인사의 비판제기를 당 전복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검찰 수사가 시작되기 전까지 버티자는 전략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