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코가 진짜 국민 경차죠”
2012-04-26 13:51
‘원조 경차’ 티코 동호회 모임 가 보니…
티코 동호회 회장 김진호 (30·직장인) 씨가 자신의 티코 차량과 함께 기념촬영하는 모습. 장거리 여행을 즐기는 그는 5년 전 이 차를 구입한 후 매월 4000㎞ 타고 있다. (사진= 김형욱 기자) |
이 동호회는 약 400여 명의 티코 운전자가 가입돼 있다. 현재 전국에는 아직도 약 1000대의 티코가 거리를 누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중 40%가 이 곳 소속인 셈이다. 티코는 1991년 경차 스즈키 알토를 롤모델로 대우자동차(현 한국GM)이 첫 생산, 국내에도 ‘경차’ 시대를 열었으나 이후 마티즈(현 쉐보레 스파크), 모닝에 그 자리를 넘겨주며 단종됐다. 당시 신차의 가격은 320만~470만원,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파격적인 가격이다.
이중 동호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진호 씨(30ㆍ직장인)는 1995년식 모델을 5년 전 샀다. 이제 ‘18살’이 된 티코다. 오프로드 마니아였던 그는 RV 모델을 타다 문득 경차 ‘티코’에 관심을 갖게 됐다. 여행을 즐기는 그는 현재도 티코를 타고 월 4000㎞씩 장거리 주행한다. 단종된 지 12년이 됐지만 현재도 짱짱하다. 1만원에 100㎞, ℓ당 20㎞ 이상 달린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금 출시되는 하이브리드차의 실연비 이상이다. 그는 “동호회에서 중고차 거래부터 수리까지 모든 내용을 공유한다. 회원도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 여성도 있다”고 했다. 관리가 잘 된 모델은 약 200만원 전후에서 거래된다고 했다.
단종된 모델의 경우 부품 수급이 문제다. 이 곳에선 정비사인 동호회원이 돕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경기도 시흥시에서 엔지니어를 하고 있는 오성진(29) 씨는 “롤모델이던 스즈키 알토, 후속작인 마티즈와 부품이 거의 대부분 호환 가능하다. 두 모델 모두 단종이 안 된 만큼, 부품 걱정은 최소한 향후 10년까진 할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특히 “요새 경차는 경차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티코의 엔진 배기량은 798㏄(약 0.8↑)다. 연비도 ℓ당 20㎞ 이상 간다. 하지만 요새 경차라고 하는 차는 배기량도 1.0ℓ일 뿐더러 연비가 20년 전 차보다도 낮다. 가격도 풀옵션은 거의 1500만원에 달하고 세금도 연 10만원에 달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국민 경차’는 아니다.”
그가 현재 티코를 타며 내는 세금은 현재 경차의 3분의 1 정도인 3만1000원이다. 보험료도 통상 차보다 30~40% 싸다. 엔진을 가득 채우면(약 4만원) 500㎞ 거리의 부산도 갈 수 있는 만큼 연비 걱정도 낮다.
경차가 경차가 아니게 된 이유로 정부와 기업의 이해관계를 꼽았다. 소비자 수준이 늘며 옵션이 좋아졌고, 자연스레 가격도 올라간 것 아니냐는 질문에 손사래를 친다다. “소비자 수준이 높아진 건 결코 아니다. (경차 천국인) 일본과 비교해 봐라. 기업은 마진이 낮은 경차보다는 큰 차 판매를 선호하는 게 당연하다. 세금을 더 받으려는 정부도 이에 동조한 것이다” 요컨대 기업과 정부가 합심해 ‘진짜 경차’를 포기한 셈이란 것이다.
그는 티코 운전자가 이를 단순히 싸서 타는 것 만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동호회 회원은 대개 차가 2~3대씩 있다. 굳이 ‘티코’를 택하는 이유는 티코만이 진짜 경차기 때문이다. 경차라는 단어 자체로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다섯 명이 타고도 시속 160㎞까지 거뜬하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차’로 사람을 평가하는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한 마디 쓴소리 했다. “경차를 타면 위험하다는 얘기를 한다. 결코 아니다. 경차 운전자는 더 조심해서 탄다. 정속 주행중인 경차를 위협하는 일부 대형차가 더 문제 아닌가. (조사를 해 본 것은 아니지만) 사고 비율도 낮을 것이다. 이 같은 인식은 바뀌어야만 하고 또 바뀔 것이다.”
이달 중순 경기도 안산 인근 주차장에 모인 티코들의 모습. 저마다 색을 입히거나 엠블렘을 바꿔다는 등 개성있게 꾸며 눈길을 끌었다. |
티코들 모습. 이날 행사에는 전국서 총 14대의 티코가 모였다. |
(사진= 김형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