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참여' 우리금융 매각, 흥행 성공할까?

2012-04-26 07:54
김석동 금융위원장"국제입찰 방식으로 진행"

(아주경제 김희준 기자)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25일 우리금융지주 매각과 관련, 외국인 참여 입장을 밝히면서 매각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한 포럼에서 “우리금융 매각에 대해 한국법에 따라 국내·외 투자자에게 동등한 대우를 하겠다”며 “국제입찰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으로 관련절차를 거쳐 조만간 입찰공고를 내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해 사모펀드까지 끌어들여 우리금융 매각성사를 고대했던 금융당국이 다시 매각의지를 확고히 했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에 투입된 공적자금을 최대한 회수할 수 있는 방안에 관심을 둔 것으로,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이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의 수장이 외국인 참여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만큼 ‘론스타’이후 여론을 두려워 참여를 꺼리던 외국계 금융회사들도 우리금융 매각에 뛰어들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 개정된 상법도 우리금융 매각에 기여

또한 지난 15일 시행된 개정 상법에 포함된 현금상환 합병제도가 우리금융 매각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금융지주사가 우리금융과 합병시 우리금융 주주인 정부에 신주 대신 현금을 줄 수 있는 제도로 공적자금 회수에 유리하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도 빠른 민영화를 기대하며 내부적으로는 정부측에서 제안하는 것에 보조를 맞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리금융 민영화에 외국계 금융회사의 실제 참여 여부는 아직까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국내법과 똑같은 적용을 받을 경우 우리금융 지분 100%를 인수해야 하는 점이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전문가들은 정부가 무리하게 매각을 추진할 경우 합병회사의 주식을 정부가 갖게 돼 또 다른 금융지주까지 국영화하는 형국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들은 우리금융의 매각 여건이 작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가운데 외국계 금융기업들은 일괄매각의 부담을 느끼기 때문에 외국계 PEF들이 재무적 투자자 등의 형태로 참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우리금융 노조측도 “ 정부가 정권 말기에 너무 현상황을 생각하지 않고 추진하는 경향이 있다”며 “합병이나 일괄 매각방식보다 블록세일 등의 독자생존 방식에 찬성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 론스타 외환은행 인수 악몽 재연 우려

외국인이 우리은행 입찰에 참여할 경우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당시를 떠올리며 민영화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내는 여론도 감지되고 있다.

앞서 론스타는 올 초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하고 4조6000억원의 막대한 수익을 챙기고 떠났다. 또한 과다한 수익배당으로 한때 국내에서 ‘탐욕의 금융권’논쟁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와 관련 한 전문가는 외국계 자본의 경우 단기 수익에 치중하기 때문에 이들 손에 우리 금융권 자본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금융을 맡긴다면 어떠한 결과가 올지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때에 따라서는 외국자본의 우리금융 인수는 론스타의 사례와 같이 국내금융자본의 해외유출 확대라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 김용범 금융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은 2003년 외환은행 매각 당시와 현재의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2003년 외환은행 매각 당시에는 외국인 참여자에 대한 특별한 자격이 정해지지 않았고 매각과정도 특별 승인에 따라 이뤄졌다”며 “이후 2007년 지주회사법에 사모투자펀드가 도입됐고 참여자 조건이 명확히 명시돼 있다”고 밝혔다.

지주회사법에 따르면, 지주사에 참여하는 자본은 국내에 설립된 펀드여야 하고, 참여자의 산업자본이 일정 비율을 넘어서 투자하면 안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 27일 우리금융 매각 절차 및 방식 발표

이와 관련 금융위 관계자는 이미 공적자금관리위원회와 협의를 마쳤고, 27일 우리금융 매각에 관한 원칙과 절차, 방식 등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우리금융 매각과 관련 거론되어 왔던 KB금융은 이날 김석동 위원장의 발언과 함께 우리금융 매입불참 의사를 명확히 했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이날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금융을 매입할 여력이 없다”고 밝혔으며 지난 4일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에 대한 답변에서도 “우리금융과 합병에 관해서는 현재까지 추진한 사안이 없다”고 명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