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4-22 00:17

한국조각가전이 열리는 이탈리아 피에트라산타시 대성당.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K-팝 열풍에 힘입어 '미술한류' K-아트'가 탄력을 받고 있다.

지난 13일 세계적인 인터넷기업 ‘구글 미술관’에 한국현대미술작가 98명 5천점이 소개된데 이어, 이번엔 한국 조각가들이 '세계조각의 메카' 이탈리아로 출격한다.

한국조각가협회(이사장 김영원)는 오는 5월 5일부터 한달여간 이탈리아 피에트라산타시에서 한국 현대조각을 집중조명하는 2012 한국조각가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피에트라산타는 '조각가들의 낙원'으로 유명하다. '대리석 산지'인 이곳은 세계적인 대가들의 조각을 만들어주는 작업장, 각종 공구가게, 산더미처럼 돌더미를 쌓아놓은 돌공장들이 즐비하다. 조각시장이 발달하면서 돌 조각뿐만 아니라 브론즈 공장도 들어서있다. 헨리무어 세자르 보테르등 세계적인 대가들의 돌 브론즈조각들이 이곳에서 탄생했다

피에트라산타 도메니코 롬바르디 시장의 초청으로 이뤄진 이번 전시는 박석원 김영원등 국내조각 1세대들을 비롯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젊은 작가부터 중견작가 52명의 230여점이 소개된다.

이탈리아의 피에트라산타시와 한국의 조각가협회의 첫 공식 교류다. 현재 피에트라산타에서 거주하면서 이탈리아와 한국은 물론 유럽 전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박은선씨의 역할이 컸다.

'한국 조각을 세계로'(K-sculpture to the world)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이번 전시는 국내 처음으로 시도되는 대규모 해외 조각그룹전이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번 전시는 피에트라산타 대성당 팡의 광장 한복판에서 시작해 인근 시립미술관으로 이어진다. 그야말로 그 자체로 거대한 퍼포먼스, 'K-아트' 물결을 이룰 전망이다.

피에트라산타 2012 한국조각가전 기획한 박헌열 운영위원장(서울시립대교수).
사진=박현주기자

"한국조각가들이 피에트라산타와 인근 카라라와에 유학을 시작한지 30여년만에 이뤄지는 전시로 한국조각의 발전을 한눈에 보여줄수 있는 의미있는 전시입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박헌열 운영위원장(서울시립대교수)은   "K-팝이 세계속에서 한국음악의 우수성을 소개했듯이 이번 피에트라산타 전시는 한국의 조각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위원장은 "조각품은 무게와 부피때문에 해외전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며 "대규모로 한국조각품이 소개되는 이번 전시는 이 같은 한계를 깨는 한국 조각사에 기록되는 역사적인 전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현대조각품은 손재주 많은 한국인의 정서와 정체성을 그대로 보여주지요."

 "한국조각품은 "개념과 스케일로 무장한 해외작품과 달리, 재료의 물질성을 중시한 감성적인 작품은 어느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는 독창성이 있다"는 박 위원장은  "조각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에 한국조각을 한눈에 선보여 미술한류를 이끌 것'이라면서 흥분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 돌이나 브론즈를 선호하는 이탈리아 작가들과 달리 한국작가들은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고 있다."며 한국조각가들은 돌, 브론즈, 철, 나무와 같은 전통적인 재료 외에도 PVC 파이프, 종이, 스테인레스 스틸, 플라스틱, 비닐, 레진, 철사, 영상, 빛에 이르기까지 모든 재료를 망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헌열 운영위원장.
조각그룹전의 첫 해외진출 발판을 마련한 박 위원장은 "이번 전시를 추진하면서 신바람이 났다"고 했다. 

 "이 일이 바로 제 일입니다. 백남준이후 한국현대조각가가 드러나질 않고 있어요. 젊은 작가들이 해외미술계에서 팡팡튀고 있지만 국내에선 공공조형물 납품하는 현실입니다. 조각가들도 더 연구하고 뭉쳐야합니다. 혼자서 가기보다 함께, 같이 가면 한국조각의 파워가 커질 것이라고 봅니다."

박위원장은  "이탈리아 전시가 일회성으로 진행되지만 성공리에 마친다면, 파리 뉴욕 홍콩등 전 세계에 한국조각 전시투어도 계획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시가 열리는 피에트라산타는 '성스러운 돌'이란 뜻으로 로마와 밀라노의 중간정도에 위치해있다. 도시앞에는 지중해가 펼쳐있고 뒤쪽에는 눈처럼 흰 대리석 산이 이어진다. 다비드를 비롯한 미켈란젤로의 대표작들이 바로 이곳 뒷산에서 채석한 돌로 만들어졌다.

  '피에트라산타 시립미술관'은 한국조각전 이후 '뚱뚱한 여인'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조각가 페르디난도 보테로의 전시가 이어진다.

'조각이 삶' 자체이고 자부심으로 가득한 피에트라산타 시민들에게 동양에서 온 대규모 한국조각품에 대한 반응이 기대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브랜드위원에도 적극 지원하고 나섰다. 전시는 6월 3일까지.(02)720-9101

사진 맨위, 양태근, 아래 김희경, 이재효의 작품.

◆피에트라산타 한국조각전 참여작가(52명)

강덕봉 권치규 김연 김전구 김경민 김대성 김선구 김세일 김승환 김양선 김영원 김정희 김창곤 김태수 김희경 나진숙 문병두 박석원 박은선 박찬용 박태동 박헌열 이상철 손미경 신치현 신한철 심경보 심영철 안병철 안치홍 양영회 양태근 오동훈 오상욱 왕광현 원인종 유재흥 이수홍 이주영 이재효 이정주 임영희 장형택 전항섭 정현 정국택 조은희 주동진 최재연 최태운 최혜광 한진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