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친환경차 전략 슬그머니 수정… 현대기아차 ‘고심’
2012-04-09 15:46
(아주경제 김형욱 기자) 중국 친환경차 전략이 ‘전기차 올인’에서 ‘선 하이브리드 자동차 후 전기차’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 시장에 사활을 걸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고심도 그만큼 깊어졌다.
이기상 현대차 자동차연구개발총괄본부 상무는 9일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2012 춘계 자동차부품산업 발전전략 세미나’ 현대기아차의 친환경차 현황과 과제 강연 중 “중국 내에서 (친환경차 전략에 대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했다. 이 상무는 “최근 1~2년 동안 전기차에 올인했던 중국이 2015년까지는 하이브리드에 집중하고, 2016~2020년에나 전기차에 힘을 싣는다는 세 계획을 올 3월 발표했다”며 “실제 (전기차) 운영 실태를 본 후 한계를 실감한 것 같다”고 했다.
중국 정부는 수년 전 유럽과 일본, 미국, 그리고 한국이 선도하고 있는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부문에서는 선진 기술을 따라잡는 게 어렵다고 판단, 전기차에 집중하는 전략을 세웠다. 중국은 전기차에 올인할 경우 모든 나라가 동일 출발선상이라는 점, 전기차 배터리에 필수적인 자원 희토류를 중국이 독점하고 있다는 점, 중국 기업이 그나마 배터리 시장에선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높다는 점 때문에 유리한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이 힘을 실었음에도 배터리의 성능과 가격, 인프라 등 다방면에서의 한계로 인해 2010년 920대, 2011년 8000대를 조금 웃도는 수준에 그치며 한계를 실감했다는 게 이 상무의 분석이다.
그는 “현대기아차 역시 중국서 워낙 큰 사업을 벌이고 있는 만큼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면서도 “하지만 (중국 내) 관련 법규 역시 지금까지도 확실히 정해진 게 없어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가령 내 배터리나 제어기 등 일부 요소부품의 경우 중국 지분 51% 이상인 중국 기업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조항 등이 있으나 배터리 중에서도 배터리 팩, 배터리 셀 등 세부 항목은 명확히 정해진 게 없어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이어 “중국 정부가 일부러 법규를 모호하게 만든 후 각 업체들의 대응 정도를 봐 가며 포괄적으로 끌고 가려는 의도라는 현지 전문가들의 견해도 있다”며 “좀 더 시간을 갖고 향후 방안에 대해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 상무는 글로벌 친환경차 현황과 그에 따른 현대기아차의 대응 전략도 소개했다. 그는 “지난해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포함한 친환경차 시장의 규모는 83만대로 가장 낙관적으로 전망한 노무라증권의 300만대는 물론, 가장 비관적이었던 미국 JD파워의 전망치 130만대에도 못 미친다. 약 70% 수준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어 “그나마도 전기차나 수소연료전지차가 아닌 하이브리드차가 대부분”이라며 “2015년 이후도 70% 이상의 친환경차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일 만큼 실제 발전속도는 기대치에 비해 낮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특히 전기차에 대해 “원자재가격이 떨어진다면 모르겠지만, 대부분 부품의 가격이 상승하는 중”이라며 “유일하게 가격이 소폭 낮아진 배터리의 경우도 기술향상이라기보다는 과잉투자로 인한 공급과잉 측면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의 경우 2015년 이후에도 50~60% 비중을 차지하는 기존 내연기관의 개선과 함께 하이브리드 모델을 다양화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친환경 자동차 추세에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회사는 연내 쏘나타ㆍK5 하이브리드의 연비개선(미국기준 37→40mpg) 모델을 출시한 후, 2015년 내에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를 능가하는 후속 중형급 하이브리드 모델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같은 기간 준중형 급에서도 역시 토요타 프리우스를 능가하는 아반떼 하이브리드 모델도 출시할 계획이다.
그는 다만 “토요타에 하이브리드 시장을 선점 당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전기차나 수소연료전지차의 경우도 당장 상용화 가능성은 없더라도 20~30년 후를 내다보고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회사는 연내 기아차의 경형 전기차 레이EV 2500대를 양산, 공공기관 등에 보급할 계획이다. 수소연료전지차도 오는 2014년까지 2000대를 양산, 유럽 등지에 시범 보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