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도미사일 기술이용 핵무장"…국제공조로 대북 압박
2012-03-19 20:47
MB, 북한 광명서 3호 중대도발 규정 배경
(아주경제 송정훈·강정숙 기자) 정부가 19일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계획을 '핵무기 운반용 장거리 미사일' 개발로 규정하면서 이를 저지하기 위한 국제공조에 본격 착수했다.
특히 이날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긴급 외교·안보장관회의를 통해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계획을 핵무장 전략을 위한 '중대 도발'로 규정, 국제사회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로 결정함으로써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정부가 광명성 3호를 '핵무기 운반용'으로 규정한 이유는 위성 운반용 로켓 역시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광명성 3호가 북한의 주장대로 위성이라 하더라도 본질은 핵무기 운반을 위한 장거리 미사일 기술의 개발"이라며 "이 때문에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서 북한에 대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발사 자체를 금지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9년 6월 12일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안 1874호에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발사'는 안 된다고 명시적으로 규정돼 있는 만큼 국제사회가 이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여기에 우리 정부의 대응만으로는 북한의 핵 도발을 막을 수 없다는 현실 인식과 함께 북한의 핵무장이 세계 모든 나라에 중대한 위협이 될 것이란 점을 부각시키는 전략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강대국과 유엔을 위시한 국제사회와의 강력한 연대를 통해 북한을 전방위 압박함으로써 장거리 로켓 발사 강행은 결국 '자멸'을 초래할 것이라는 사실을 북한 지도부에 인식시킨다는 계획이다.
◆중·러도 北 두둔 쉽지 않은 상황
이 대통령이 핵안보정상회의를 계기로 각국 정상들과 대북 압박을 도모할 경우, 중국의 입장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의 도발 규정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식량지원 보류와 제재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북한에 정치적 영향력을 미치는 중국을 우리측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한계선을 쳤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 국면에서 중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봐야 한다"며 "정부는 미국과 중국의 협조 속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행동을 억제시킬 수 있는 외교적 노력을 어떻게 전개하느냐가 향후 최대 과제"라고 말했다.
이 난제를 풀기 위해 이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이라고 선을 긋고 중국을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설득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정상회의에서 국제사회가 '북 비핵화' 공조에 합의한 뒤 중국이 북한에 미사일 발사계획 자제를 요청한다면 더욱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특히 중국의 찬성으로 유엔 안보리 결의안 1874호가 채택된 만큼, 중국도 이번에는 북한을 두둔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인식이다.
중국 외교부의 장즈쥔 부부장은 북한이 '광명성 3호' 발사계획 발표 후 16일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를 만나 게획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 냉정과 자제를 촉구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중국이 당사자의 이름을 공개하고 '공동책임'까지 거론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6자회담 참여국인 중국에 이어 러시아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계획만큼은 정색하고 반대 입장을 표명한 대목도 희망적이다.
우리 정부는 과거 북한의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 때에도 국제공조를 통한 해결을 시도했으나 당시 중국과 러시아는 사실상 국제공조에 협조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중국과 러시아 양국 모두가 정권 교체기를 맞아 국제사회의 평화무드를 깨는 정치적 부담을 떠안고 싶어하지 않는 상황이다.
북한의 혈맹인 중국과 과거 사회주의 동맹인 러시아가 대북제재에 참여할 경우 북한으로서는 상당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에도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이다.
◆남북관계 완전 단절 가능성
이 대통령의 '북 도발' 규정은 4·11 총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북한의 의도를 선제적으로 차단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로켓 발사 예정일이 총선 직후로 잡혀 있고, 발사 방향이 남쪽을 향하기 때문에 남한의 안보불안 등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간접적으로 이번 총선에 개입하려는 노림수가 있어 보인다는 게 대북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그동안 국내외에서 수집된 정보 등을 토대로 북한의 의도를 파악해 왔다"며 "외교·안보적 문제뿐만 아니라 국내정치나 경제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우리 정부의 인도적 지원도 재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북한이 실제 행동에 옮길 경우 이 대통령의 임기를 1년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관계가 완전히 단절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는 점이다.
또 국제사회의 제재 움직임에도 불구, 북한이 로켓 발사를 강행한다면 긍정적인 신호가 보이던 6자회담 재개 논의가 사실상 중단될 가능성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