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동연 GM 부사장, 14일 만에 사임 왜?

2012-03-01 21:42
글로벌 기업 임원보다 ‘대우인’ 택한듯

손동연 전 GM 부사장. (사진= 한국GM 제공)
(아주경제 김형욱 기자) 손동연 GM 부사장이 한국GM 기술개발부문 부사장에서 GM 본사 소형차개발부문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14일 만에 사임해 그 이유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그는 지난 14일 GM으로 발령받고 1일부터 근무할 예정이었으나 이틀 전인 지난달 28일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손 전 부사장은 미국 펜실베니아 주립대 기계공학 박사를 마친 1989년 대우그룹 산하 대우자동차(현 한국GM)에 입사, 제품 통합, 파워트레인 개발 및 연구 부문을 두루 거쳤다. 특히 1998년 1세대 마티즈(현 쉐보레 스파크)를 시작으로 현 3세대 모델까지 경차 개발을 주도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00년 부사장(기술연구소 소장 겸임)까지 승진했다.

2002년 미국 GM의 대우차 인수로 한국GM이 되며 외국인 CEO 체제가 시작됐으나 경ㆍ소형차 개발 노하우를 가진 그의 사내 입지는 결코 작다고 할 수 없었다. 이번에 이번에 GM 본사 소형차 개발부문 임원으로 발령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다만 지난해 3월 ‘대우’ 사명을 뗀 뒤 옛 ‘대우인’ 사이에서 아쉬움이 나왔으며, 본사 파견 외국인 임원들이 사내 요직을 도맡고 있는데 대해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손 부사장 역시 공식 석상에선 한 번도 내색은 안 했지만 이 같은 분위기를 모를 리 없다.

그가 두산인프라코어로 이직키로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GM과 두산인프라코어 모두 “확인된 바 없다”고 했지만, 업계에서는 두산인프라코어 내 전 대우그룹 임직원이 다수 포진한데다, 건설기계용 장비 엔진개발이라는 업무 연결성을 들어 유력한 새 직장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 업계 연구개발 담당자의 경우, 기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직접 경쟁사로 이직하는 게 금지돼 있다. 항공 및 건설중장비 업체가 유일한 대안인 셈이다. 지난해 이현순 전 현대차그룹 연구개발총괄 부회장이 이 회사 자문역으로 영입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더욱이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 1976년 설립된 대우중공업을 모태로 한다. 지난 1999년 대우그룹 부도 이후 2005년 두산그룹에 인수, 현재의 사명으로 됐으나 여전히 구성원 중에선 옛 대우인이 다수 포진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곳 이직이 사실일 경우, 결국 손 전 부사장은 활동 범위에 제한이 있는 글로벌 GM 임원보다 다른 그룹이 됐을지라도 국내 기업의 명맥을 잇고 있는데다 파워트레인 전문가로서 자신의 역량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택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임원에 대한 대우 역시 두산인프라코어가 더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곳의 지난해 등기이사(5명)에 대한 평균 연봉은 4억3600만원이다. 국내 비상장사인 GM의 경우 확인이 어렵지만, 이보다는 못 미친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참고로 이 곳 대표이사 및 등기이사 7명 전원은 외국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