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조정법 의료계 반발에 ‘흔들’

2012-02-23 14:40
- 정부·의료계,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재원 마련 놓고 이견

(아주경제 조현미 기자) 오는 4월8일 시행을 앞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의료분쟁조정법)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의 이견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의료분쟁조정법은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를 신속하게 보상하기 위한 법으로 23년간의 입법추진과정을 거쳐 지난해 3월1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하위법령에 반발하는 의료계가 ‘보이콧’할 방침이어서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법 시행에 차질이 예상된다.

◆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 누가하나

정부와 의료계의 이견차가 큰 사안은 의료분쟁조정법 하위법령 핵심인 무과실(불가항력 의료사고)의 보상 재원 마련에 관한 것이다.

정부는 이런 의료사고에 대해 국가와 의료기관이 각각 50%씩 부담한다는 입장이다.

의료계의 입장은 다르다. 무과실 의료사고에 의료진의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고 주장한다.

특히 산부인과 의사들의 반발이 거세다.

의료분쟁조정법 시행령에 따르면 ‘분만에 따른 뇌성마비, 분만 과정에서의 산모 또는 신생아의 사망’이 무과실 보상 대상에 포함된다.

뇌성마비의 발생 빈도는 출생아 1000명당 1~2명 가량인데, 발병 원인의 70~80%는 분만 중 의료진의 행위와 전혀 관계가 없는 경우라고 산부인과 의사들은 주장한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등은 “자연 발생적으로 발생하는 질환에 대해 분만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의사가 50%를 책임져야 한다는 무과실 보상주의는 민법의 기본 원리인 과실책임주의에서 어긋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감정적인 불편함도 숨기지 않았다.

의사회는 “법적인 논박을 떠나서 열악한 의료 환경에서 24시간 분만장을 지키는 산부인과 의사들의 자긍심을 무너뜨리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 의료분쟁조정위원회 구성 난항

의료사고 여부를 판단할 의료분쟁조정위원회와 의료사고감정단 구성도 차질을 빚고 있다.

환자에게 의료사고 접수가 들어오면 의료사고감정단이 해당 사안에 대해 의학적 감정을 진행한다.

의료분쟁조정위원회는 감정단의 감정서를 토대로 의료기관의 과실 여부와 불가항력 의료사고 여부를 판단한다.

조정위원회와 감정단은 각각 5명으로 꾸려지며 이 가운데 의사 1~2명이 포함된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분만 과정을 제대로 모르는 비전문가들의 비중이 높아 판단이 잘못 내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성형외과 의사들은 조정위원회와 감정단에 성형외과 전문의를 포함한 해당 과목 전문의가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지만 정부는 예정대로 법 시행을 강행할 방침이다.

대한산부인과학회 등은 의료계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의료분쟁조정법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오는 26일 선포식을 갖고 이런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힐 예정이다.

산부인과의사회 관계자는 “의료분쟁조정법의 독소 조항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산부인과 의사들은 의료분쟁조정 절차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