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이 줄줄 새는 송유관... 대책은 없나?
2012-02-16 16:11
(아주경제 김선환 기자) 국가의 중요 보안시설 중 하나인 기름 수송관이 고유가를 틈타 한몫 챙기려는 절도범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전국 주요 수송로에서 기름이 줄줄 새나가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해 송유관 기름 절도범에 대한 형량을 대폭 높였지만 근본적인 해법과는 거리가 멀다.
대한송유관공사도 사유재산 관리 차원에서 감시인원 증원, 첨단시스템 도입 등으로 맞대응하고 있지만 확인되지 않은 송유관 절도행각은 더 많다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다.
더욱이 절도에 따른 기름 유출이 기름값 폭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송유관을 노린 절도범 형량이 최대 7년으로 늘었지만 송유관 절도는 멈추지 않고 있다. 올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다.
전북 전주 덕진경찰서는 지난 14일 전주시 장동 여수~성남간 송유관에 구멍을 뚫어 휘발유 10만ℓ(시가 2억원 상당)의 기름을 훔친 혐의(특수절도)로 강모씨(48) 등 3명을 구속하고 김모씨(45) 등 공범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지난달에는 경기 화성에서 송유관 기름 절도가 신고됐다. 전문 기름 절도범인 이모씨(46) 등은 지난해 12월 19일 오전 2시께 경기 화성시 동탄면 오산리 주변을 지나는 대한송유관공사의 안성~판교간 송유관에 구멍을 내고 지난 1일까지 15차례에 걸쳐 경유 6만ℓ(시가 1억1000만원 상당)를 훔쳐 처분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올 들어 발생한 2건의 사건은 송유관공사가 설치한 LDS 시스템과 명예감시원으로 동원된 인근지역 주민들의 신고가 없었으면 적발할 수 없었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절도범들도 지능화·점조직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지하땅굴, 하천 횡단, 장거리 호스 설치, 관로 인근 건물임대, 화물차량 개조 등 방법도 다양하고, 기술자·자금책·운송조·감시조·판매책 등 기업형 도유(盜油)도 활개를 치고 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정부로서는) 알려지지 않은 절도범이 얼마나 되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유가에 따라 오른 도유가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다. 작년에는 15건 중 영남권에서 11건이 발생했지만, 올 들어서는 호남과 수도권 등 전국적인 양상이다. 전체 도유 발생건수 대비 검거율도 2007년 48%(15건), 2008년 29%(9건), 2009년 45%(10건), 2010년 25%(3건), 작년 40%(6건) 등으로 제자리 걸음이다.
◆ 도유물량…"물가영향 배제못해"
송유관은 고속도로나 주요 국도와 나란히 매설돼 있어 절도범들의 주요 표적이 돼 왔다.
송유관 절도는 직접적인 기름 손실뿐만 아니라 시설물 훼손과 토양 오염 등 2차 피해를 일으킨다는 데에도 심각성이 있다. 송유관에는 기름이 고압으로 이동하고 있어 드릴 등 철제공구로 구멍을 뚫는 순간 기름과 유증기가 강한 압력으로 솟구치기 때문에 불꽃이 튀면 대형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지금처럼 고유가 시대에 기름 유출로 인해 석유제품 가격이 영향받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도유물량이 많을 경우 기름값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정도로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예방활동을 더욱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송유관공사는 공사로 명명돼 있긴 하나 지난 2000년 민영화 당시 정부가 가지고 있던 지분을 대부분 내다팔아 왔다. 현재는 지식경제부와 한국석유공사가 각각 9.76%와 2.26%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기타 지분은 SK이노베이션(41.0%)과 GS칼텍스(28.62%), 에스오일(8.87%) 등 정유 3사와 대한항공(3.10%), 현대중공업(6.39%)이 나눠서 출자한 비상장기업이다.
저유소는 국가 보안시설로 분류돼 위치 자체를 알 수 없게 돼 있다. 그러나 송유관이 지나는 자리에 자칫 대형 건설공사 등에 따른 송유관 파손이 우려될 경우에는 일정 부분 표시를 할 수밖에 없는 곳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