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헌규의 중국이야기> 3-5. 회오리 치는 부동산 광풍

2012-02-10 18:12

3-5. 개와 가난뱅이는 출입금지- 주인백

 세상에 중국인들 만큼 구경 좋아하는 사람도 드물다. 관광과 각종 공연관람, 불구경과 싸움구경은 물론이고 매일 열리는 전람회와 상가들의 길거리 프로모션까지 중국인들은 구경이라면 사족을 못쓴다.
 
 베이징(北京)의 국제 전람관과 궈마오(國貿) 전시장에서는 거의 연중 무휴로 셀 수 없이 많은 산업 전시회가 열린다. 자동차 전자 정보통신기기 패션 농업종묘 위성방송장비 미술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전시회만 열렸다하면 예외없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입장료가 30위안(약5100원)안팎으로 그렇게 싼 편이 아닌데도 사람들은 전시장에 몰려들어 해당분야의 새로운 기술과 신제품 트랜드를 구경하느라 북새통을 이룬다. 높은 인기를 반영하듯 유명 공연장 처럼 전시회장에도 암표장사꾼들이 나타나 ‘흥행을 연출하는 조역’으로서 단단히 한 역할을 수행한다.
 
베이징 중심 상업 지역인 궈마오에서는 부동산 경기가 막 회복붐을 타던 지난 2009년 11월 중순 ‘베이징 동계 부동산 전람회’가 성대하게 치러졌다.
 
문제는 예전과 달리 이 행사가 사상 유례없는 초 호화판 귀족 전람회로 치러지면서 사회적으로 큰 논란과 잡음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전시된 부동산의 경우 일반인이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초화화 주택이었고 통상 5위안 하던 전람회 입장표도 100위안으로 올려서 팔았다. 4일 짜리 통합 표는 무려 300위안이나 했다.
 
 아파트 구경이나 한번 하겠다고 전시장을 찾았던 시민들은 "한마디로 ‘가난한 자 사절’이라는 발상이라며 ‘돈없는 사람 어디 서러워서 살겠냐’"고 비아냥거렸다. 그러지 않아도 양극화가 사회의 골치거리로 떠오른 마당에 이런 전시회로 계층간의 위화감을 조장해서야 되겠냐는 지적이 사회 일각에서 제기됐다.
 
 한 매체는 19세기 망국의 시기 상하이 조계공원에 등장했던 ‘개와 중국인 출입금지(華人與狗不得入內)’라는 모욕적인 표지판을 인용, 아번 전람회가 마치 ‘개와 가난뱅이는 출입금지’라고 경고하는 듯 하다고 메섭게 꼬집었다.
 
 논란이 어쨌든 주관측이 ‘괜히 돈 없는 사람 들어와서 물 흐리지 말라’고 얘기할 만 하듯 전람회장 안은 초화판 부동산 매물들로 빼곡했다. 수천만위안(수십억원)에서 수억위안(수백억원)하는 아파트와 고급 빌라, 여기에다 천상에서 막 내려온듯한 미녀 도우미들의 장내 서비스가 휘황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매물로 전시된 주택들도 대부분 ㎡당 수만 또는 수십만위안으로, 일반적으로 ㎡당 5000위안~1만위안대에서 거래되는 서민 아파트와는 애초부터 격이 달랐다. 전람회에 참여한 한 부동산 개발상은 “㎡당 5000위안짜리 수십 채를 파는 것 보다 5만~10만위안짜리 한채를 팔겠다”며 부동산 분야에서도 갑부들을 상대로 한 타겟 마케팅이 먹히는 시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행사 주관측은 또 호화 주택을 찾는 상류 계층 인사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전람장내에 유명 오케스트라를 초청해 값비싼 음악회를 개최하거나 최고급 음료 등 초호화 황제 서비스를 제공했다.
 
 100위안이라는 고가의 입장료에 질려 발길을 돌리던 한 시민은 마침 전시장을 취재중이던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서민들은 발도 들여놓지 말라는 투라며 가난도 서럽지만 상대적 박탈감이 더 참기 힘들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한 주민은 ‘지난 2009년 초만해도 살려달라고 애원했던 부동산 개발상들이 회생한 것은 순전히 정부의 유동성지원 덕분인데, 지금은 사회분위기에 아랑곳 않고 서민들을 외면한채 돈잔치에 혈안’이라며 화를 삭이지 못했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은 세계 금융위기로 잠깐 하강했다가 2010년인 올해 또다시 호황을 누리고 있다. 베이징 상하이등 주요도시 아파트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구태여 광고를 하지 않아도 청약객들이 구름같이 몰려들고 아파트가 시장에서 무 배추 팔리듯 팔려나가고 있다. 특히 분양시장에는 한동안 뜸했던 밤샘 줄서기 대열과 대타 줄서기꾼이 등장해 부동산 호황을 실감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