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임대주택 8만호 공급 '빨간불'
2012-02-08 18:38
시프트·계획조차 축소·협동조합형 민간임대는 제도 미흡
(아주경제 정수영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의 핵심 주택 공약인 ‘임대주택 8만호 공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올해 장기전세주택 시프트 공급계획 물량이 크게 줄어든 데다 재개발·재건축 건설이 부진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시는 8만호 공급 일환으로 올해 1만6305가구의 임대주택을 공급한다고 밝혔으나 최근 계획을 수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시프트부터 공급 감소
8일 서울시와 SH공사에 따르면 시는 공공임대 8만호 공급계획 일환으로 올해 1만6305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공공건설형 9512호(건설형 시프트 포함), 장기전세 재건축 매입형 595호, 기존 재개발 매입형 2154, 다가구 매입형 2063호, 안심주택 1350호, 원룸형 631호를 공급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미 장기전세주택 시프트 계획은 한 차례 축소 수정됐다. SH공사가 최근 발표한 올해 시프트 공급 계획 물량은 지난해의 5분의 1 수준인 691호다. 서울시가 계획한 시프트 물량을 건설형까지 포함한다면 현재 계획은 절반 정도에 머물고 있다.
재건축 매입형 시프트의 경우 애초 세운 목표는 595호지만 현재 확정된 것은 강남 역삼동 개나리 아파트 5차 7호, 도곡동 도곡진달래아파트 13호 등 20호가 전부다.
재개발 매입형 2154호 목표도 부동산 경기침체에 따른 사업속도 부진으로 현재로선 장담하기 힘들다.
신규 공공건설형 임대주택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SH공사가 올해 공급 가능하다고 밝힌 신규건설형 국민임대주택은 우면2지구 3단지와 6단지 434가구가 전부다.
서울시 관계자는 “뉴타운 출구전략으로 임대주택 공급이 줄어들지 걱정되는 부분도 있지만 매입형은 관리처분계획 인가 받은 곳이 기준이어서 올해는 크게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2년반 동안 8만호 “글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박 시장 임기인 2년 6개월 만에 8만호 공급 계획 자체가 힘들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미 올해는 공급이 계획대로 이뤄지기 힘든 상황이다. 내년에도 서울시의 뉴타운 출구전략 정책으로 사업이 중단되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지가 많을 경우 민간매입형 아파트 임대주택을 찾기 힘든 상황이 될 수 있다.
서울시는 안심주택 등 기존 주택을 리모델링해 공급한다는 계획이지만 일정상 내년에 2만7만959가구를 채우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구나 전체 8만호 중 2만호는 협동조합형 주택 민간임대 리모델링 등 새로운 유형이 포함돼 있지만 아직까지 제도 정비도 안 됐다. 또 서울시는 이 2만호에 대한 공급 기준일을 사업승인일로 잡고 있어 실제 공급이라고 보기도 힘들다. 보통 사업승인 후 입주까지는 2년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
마곡지구 임대주택 공급도 사실상 내년에 가능할지 알 수 없다. 전체 15개 단지로 구성되는 마곡지구에서는 1만1353가구 중 5676호가 임대주택으로 지어진다. 하지만 임대주택이 너무 많다며 강서구 주민들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보금자리주택도 재정 문제로 쉽게 공급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SH공사의 재정이 이를 받쳐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