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에 빠진 실물경제 1분기 저점 찍을까

2012-02-08 16:18

(아주경제 이상원 기자) 경기 불황의 그늘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드리워지고 있다. 각종 대내외 연구기관들은 물론 부정적인 전망을 최대한 절제하는 정부도 올해 상반기 경기침체가 계속될 것으로 평가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일 국회 현안보고에서 “대외여건의 악화와 불확실성 등으로 수출증가세가 둔화되고, 내수도 위축되는 등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고 우리 경제의 심각성을 털어놨다.
 
 8일 재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2분기 이후 내리막을 달리고 있다. 작년 1분기 1.3%이던 전기대비 성장률은 2분이에 0.9%, 3분기 0.8%, 4분기 0.4%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3분기부터 꺾인 광공업생산은 4분기 내내 추락했고, 4분기 설비투자는 3분기보다 7.3%나 감소했다. 선진국 경기부진과 수출증가세 둔화에 계절적 요인까지 겹치면서 1월 수출입 무역수지는 19억6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정부가 그나마 위안을 삼고 있는 물가안정세도 최근 이란 핵문제 등으로 고조되고 있는 중동정세불안과 그에 따른 유가폭등 우려 때문에 불안감을 떨칠 수 없는 상황이다.
 
 불황으로 소비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의 물가안정세는 오히려 의미가 없어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민간소비는 전기보다 0.4% 줄어, 2009년 1분기(-0.3%) 이후 처음 감소했다. 리먼 브러더스 사태 직후인 2008년 4분기(-4.2%) 이후로 최저치다.
 
 1월 백화점 매출은 4.2% 줄어 37개월만에 가장 낮았고, 자동차 판매량은 19.9%나 줄었다. 1월 소비자심리지수(CSI)는 2개월 째 하락했다. 특히 외식비와 교양·오락·문화생활비는 2009년 6월 이후 가장 낮아졌다. 경제가 어렵고 가계 상황이 어려우니 ‘덜 쓰고, 덜 입고, 덜 먹는’ 사람이 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불황의 흐름이 언제까지 이어지느냐다.
 
 당초 올해 경제전망에서 상저하고(上低下高)를 예상했던 정부는 상반기 경기침체를 인정하면서도 1분기내에 경기가 ‘저점’을 찍고 반등하길 기대하고 있다.
 
 박재완 장관은 전날 조선호텔에서 열린 서울 파이낸셜포럼에서 “지난해 2분기 이후 경기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 상반기에도 전기 대비 1% 밑도는 성장률을 예상하고 있다”면서도 “1분기가 저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행히도 해외 투자은행들도 한국경제가 1분기를 기점으로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와 씨티그룹, 노무라 등 다수의 외국 투자은행들이 1분기 한국경제가 부진하겠지만, 상반기 중 정부의 경기부양 노력과 하반기 중 수출 및 설비투자 회복 등에 힘입어 성장세를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 기관은 지난해 4분기 한국경제의 침체는 전반적인 성장동력이 약화된 탓으로 이 흐름이 올해 1분기까지는 이어지다가 정부의 부양책과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가능성 등으로 2분기부터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느끼는 경기전망은 아직 어둡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달 말 발표한 기업경기실사지수에 따르면 매출액 600대 기업의 기업인 중 향후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인이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인보다 더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