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안정환 "블랙번 입단 계약서 아직 갖고 있다"
2012-01-31 12:53
'은퇴' 안정환 "블랙번 입단 계약서 아직 갖고 있다"
(역삼동 = 아주경제 이준혁 기자) "인생을 바꿀 수 있었던 종이한장 아닌가 생각한다. 굉장히 마음이 아프다"
'반지의 제왕' 안정환이 31일 오전 리츠칼튼 호텔서 14년간의 프로 현역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은퇴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기자회견 중 안정환은 10년 전의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진출이 좌절된 사연에 대해 털어놔 눈길을 끌었다.
안정환은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활약으로 유럽 곳곳에서 입단 제의를 많이 받았다. 당시 안정환은 소속팀인 페루자 측으로부터 16강전 이탈리아 경기에서 넣은 골든골 때문에 방출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던 상태다. 안정환의 골든골로 이탈리아는 16강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 안정환에게 접근했던 많은 유럽 클럽 중에서 블랙번 로버스가 안정환의 영입에 가장 열띤 모습을 보였다. 이적료는 350만 달러(한화 약 39억 원) 수준이었고 개인 협상까지도 완료됐다. 모든 절차가 순조로워 보였다.
그런데 생각지 못한 곳에서 문제가 타졌다. '2년간 A매치 75% 이상 출전' 조건에서 미달돼 취업비자 발급에 실패했고, 유럽진출 전 소속팀인 부산 아이파크와 페루자 간에 안정환의 소유권을 놓고 분쟁도 발생했다.
결국 안정환은 일본 J리그 진출을 택했고, 이후 안정환은 프랑스-독일-한국-중국 등을 거치며 일명 '저니맨'의 선수 생활이 시작됐다.
안정환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묻는 질문에 "블랙번과의 계약서에 사인도 했었고, 비행기 티켓과 집까지 모두 구해놓은 상황에서 입단이 좌절됐다"며 "당시 정말 많이 힘들었다. 그때 만약 잉글랜드로 갔다면 내 축구 인생이 바뀌지 않았을까란 생각도 하지만, 어쩔 수 없던 일이다"라며 아쉬워했다.
이어 "지금도 사인된 계약서를 간직하고 있다. 가끔 방 정리를 할 때 눈에 띄면 물끄러미 바라보곤 한다. 매번 '인생을 바꿀 수 있던 종이 한 장'이었다고 생각했다"라며 웃어보였다. 그렇지만 덤덤해보이는 안정환의 표정 뒤에는 진한 아쉬움이 비춰졌다.
한편 안정환은 프로선수생활을 지내면서 가장 힘들던 것에 대해선 "돈의 유혹"이라며 "유럽에서 항상 팀을 옮길때마다 찾아온 팀들이 금전적으로 유혹을 많이 했다. 그 때가 제일 힘들었다. 다른 리그나 좋은 곳으로 가서 해보고 싶은 마음이 많았다. 중간중간 그런 것들이 힘들었다. 팀을 옮길 때마다 '팀을 왜 옮기느냐'는 등의 여러가지 따가운 시선이나 그런 것 때문에 힘들었다"고 지난 14년간의 프로선수 생활 동안 힘든 점을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