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성 “선수들, 운동 기계가 되지 않았으면”

2012-01-24 15:47

문대성(36)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이 후배 선수들에게 미리 선수 생활 이후를 준비하며 살아야 한다는 조언을 건넸다.

22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에서 폐막한 제1회 동계유스올림픽에 참석한 문 위원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선수들이 운동을 하면서도 자신의 시간을 관리하며 공부를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대회에 전 세계 청소년 선수들의 ‘롤 모델’ 역할을 맡은 문 위원은 조직위원회가 준비한 ‘문화·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해 후배들과 교감을 나눴다.

문 위원은 “나 자신에게 매우 영광스럽고 뜻깊은 일”이라며 “특히 어린 선수들과 시간 관리에 관해 이야기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를 통해 문 위원은 선수들에게 운동하는 시간 외에도 틈을 내 미래를 준비하는 것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문 위원은 “한국과 외국 모두 대부분의 선수가 훈련에만 집중하는 게 현실”이라며 “그러나 분명히 남는 시간이 있는데도 그냥 흘려보내는 경우가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문 위원은 하루에 단 1시간만이라도 미래를 위해 준비한다면 1년이 지난 뒤에는 큰 자산으로 남을 것이라고 어린 선수들에게 강조했다.

문 위원은 “나도 선수 시절에는 먹고 자는 시간 외에는 훈련만 하는 ‘운동 기계’였는데, 후회가 많이 남는다”면서 “다행히 운 좋게 선수 생활을 마치고 공부도 하고 IOC 위원도 하는 등 좋은 경험을 했지만, 많은 이들이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한국이 올림픽 등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온 원동력이 체육에 ‘올인’하는 엘리트 선수들의 노력이라는 점을 문 위원은 부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히 선수들에게는 훈련 외에도 남는 시간이 생긴다”면서 “그 시간을 활용하도록 이끌어 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뜻”이라고 다시 강조했다.

문 위원은 이러한 과정이 장기적으로 한국 체육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도 힘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한국과 달리 해외에서는 올림피언(올림픽 출전자)의 메리트가 크고, 할 일도 많다”면서 “큰 무대에서 스포츠과학이나 행정에 관해 배우고 돌아온다면 그것이 우리의 국제 스포츠 경쟁력이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올림픽 메달리스트에 대한 혜택을 강화하면서 의무적으로 공부를 시키는 등 제도적인 육성책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문 위원이 강조한 것은 그동안 자신이 걸어왔던 길 자체이기도 하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그는 2008년 IOC 선수위원으로 뽑혀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에 힘을 보태는 등 스포츠 행정가의 길을 걷고 있다.

문 위원은 “내가 선수위원이 되고 나서 후배들도 비슷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는 말을 듣고 참 감사했다”면서 “많은 선수들이 이런 일에도 관심을 갖고, 그래서 인력 풀이 더 커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누구든 원하는 후배가 있다면 열심히 언어 등을 공부하고 내게 연락을 해서 조언을 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2016년 이후 연임에 도전할 생각이 없다. 다른 후배가 내 뒤를 이어 이 자리에 올라서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 체육이 더 발전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