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각료회의… 유로존 위기 전환점 되나

2012-01-22 22:34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유로존 위기 타개의 새 전환점이 될 유로존 17개국 재무장관회의와 EU 27개국 경제ㆍ재무장관회의가 23일부터 이틀 간 잇따라 열린다.
 
 이번 회의에선 신(新)재정협약, 유로안정화기구(ESM)의 자금 규모와 운영방식, 경기침체 대응 방안 등 유럽의 경제위기와 관련한 중요 현안들이 다뤄진다.
 
 신재정협약은 유로존 채무ㆍ금융위기의 결정적 원인 중 하나인 재정 부실을 막기 위해 마련된 제도적인 장치다.
 
 EU 차원에서 재정 규율을 더 엄격하게 운영하고 위반 국가에 대한 제재를 자동적으로 발동함으로써 국채 위기를 사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유럽중앙은행(ECB) 등은 당초의 협약 초안이 너무 느슨해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비판해 왔다.
 
 이에 따라 EU 각료이사회 사무국은 EU 집행위원회와 유럽사법재판소(ECJ) 등의 권한을 확대하고 규제를 더 강화하는 새 초안을 만들어 지난주 회원국들에 회람시켰다.
 
 새 초안에 대해 대체로 잠정합의가 이뤄져 가고 있다는 것이 EU 집행위의 분석이다.
 
 그러나 여전히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지나치게 엄격한 규정은 현실적으로 실행되기 어려워 신뢰를 해칠 수 있다는 반론이 맞서는 상황이다.
 
 신재정협약은 중장기적으로 효과가 나타날 대책이며 시장의 더 큰 관심사는 유로존 구제금융기구인 ESM 관련 사항이다.
 
 임시 조직인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대체할 항구적 기구인 ESM을 당초 계획보다 1년 반 앞당겨 오는 7월 출범시키는 것에는 이미 합의가 이뤄져 있다.
 
 쟁점은 ESM 재원 규모다. ESM의 재원은 당초 5천억 유로로 정해졌다.
 
 하지만 이탈리아와 스페인까지 흔들리는 등 유로존 위기가 심화하면서 EU 집행위원회와 다수의 회원국들은 ESM의 재원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또 현재 가용자금 잔액이 2천500억 유로인 EFSF의 운용을 1년여 동안 병행해 위기 진화 자금 규모를 더 키워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반면 독일을 비롯해 재정이 튼튼한 이른바 북유럽 국가들은 재원 확대에 반대해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이번 회담에선 특히 경기부양책이 중요한 초점이 될 전망이다.
 
 재정위기가 금융위기로 전이되는 상황에서 강력한 긴축정책으로 경기침체가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세수가 줄어들어 빚 갚을 돈 마련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은 물론 유로존 사상 최고의 실업률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일상적 삶이 궁핍해진 서민과 일자리가 없는 청년들, 노조 등의 항의시위와 파업은 올해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성난 민심으로 인해 유로존 위기 이후 좌우를 막론하고 각국의 기존 정권은 선거에서 줄줄이 패했다.
 
 올해 대선을 앞두고 있는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에겐 일자리 만들기와 성장이 더욱 절박하다.
 
 각국 정부와 EU 차원의 `일자리와 성장 친화적 경제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지적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그러나 공공재정을 풀어 내수 경기를 부양할 길이 차단된데다 세계 경제 성장 둔화로 수출 여건마저 악화돼 뾰족한 해결책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독일 등 경제여건이 좋은 나라들이 과감한 부양책을 펴야 한다는 주문들도 있으나 인플레 우려 외에도 유럽 전체로 그 효과가 파급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회의적 지적도 많다.
 
 이밖에 이번 회의에서 결정할 사항은 아니지만 그리스와 헝가리에 대한 구제금융도 중요한 우려 사항으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프로그램은 `민간 부문 참여(PSI)’ 문제로 협상이 교착 상태에 있다.
 
 지난해 EU 정상회담에서 민간 부문, 즉 은행들의 그리스 국채 상각율을 50%로 합의했으나 만기가 돌아온 채권의 장기 채권 교환 조건 등에 관한 이견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3월20일 대규모로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를 상환해야 하는 그리스가 어쩔 수 없이 디폴트(채무불이행)을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또 비(非)유로존 국가인 헝가리의 EU-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협상 역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입법 논란 등으로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EU는 이번 이틀 간의 각료 회의에서 신재정협약과 ESM 등에 관한 최종 초안을 마련해 오는 30일 열릴 특별정상회담에서 타결하고 3월 정례 정상회담에서 서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러한 일정과 관련해 IMF와 주요 20개국(G20)이 `유로존 구하기‘에 어느 정도 역할을 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IMF는 최근 유로존 위기 등에 대응하기 위해 5천억 달러(약 567조원)의 신규 재원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IMF의 재원 확대 방안은 내달 멕시코에서 열릴 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