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하는 민자역사-下> 사업 난항, 자본잠식 심각… 대처방안 마련 시급

2012-01-17 16:43
19개 역사 중 5개 사업 사실상 중단<br/>엄격한 기준 적용 등 부실 예방해야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 코레일이 추진하는 민자역사 사업에 비상등이 켜졌다. 민자역사란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낡고 좁은 역사를 현대화하는 사업이다.

기존 역사 기능은 그대로 두고 쇼핑과 문화 기능 등을 갖춘 복합공간으로 개발하는 게 목표다. 하지만 각종 비리와 자본 잠식, 부실 경영 등으로 곳곳의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다.

코레일에 따르면 전국에 결쳐 운영 또는 개발 중인 민자역사는 19곳. 2000년대 초반부터 사업이 추진돼 어느새 10년 이상 끌어왔다. 현재 운영 중인 역사만 총 13개로, 가장 최근에는 청량리역사가 지난 2010년 문을 열었다. 오는 18일에는 의정부역사가 운영을 시작한다.

하지만 나머지 역사는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일부 역사는 신뢰성이 떨어지는 사업자가 시행을 맡아 비리의 온상이 되고 착공조차 시작하지 못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천안역사의 경우 지난해 말로 건축허가 취소기간이 만료돼 사업이 취소될 위기에 처했다. 최근 천안역사의 주관사인 신한컨소시엄은 천안시에 해외 투자를 통해 역사를 건립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제출했지만 이와는 별도로 취소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성북역사는 1996년 회사가 설립됐지만 아직까지도 인허가를 받지 못한 상태다. 안산 중앙역사도 회사 설립 후 3년이 지나도록 착공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노량진역사는 시행사 비리와 소송 등으로 현재 파산과정을 밟고 있다. 시행사 경영진의 배임혐의 구속 등으로 완공을 앞둔 상태에서 사업이 중단된 창동역사는 지난해 여름 투자자들이 코레일 본사가 위치한 대전역에서 선로를 점거하며 공사 재개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창동역을 자주 이용한다는 한 도봉구 주민은 “최신 복합시설이 들어설 것으로 기대했는데 사업이 늦어지고 있어 실망이 크다”며 “공사 중이던 건물이 뼈대만 남아 있어 분위기도 을씨년스럽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운영 중인 민자역사도 영업이 순탄치만은 않다. 국회 국토해양위 소속 한나라당 허천 의원이 지난 국정감사 때 코레일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18개 민자역사 중 8곳은 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역사의 총 자산(2010 회계연도 결산 기준)은 약 1조2279억인 반면 부채는 약 1조3358억원에 달했다.

허천 의원실 관계자는 “코레일 출신 임원이 출자회사 중역을 맡고 있어 부실경영이 발생해도 제어할 수 없는 처지”라고 귀띔했다.

국토부 철도운영과 관계자는 “민자역사 정상화를 추진 중인 코레일측과 필요한 절차와 지원 방안에 대해 지난해 말부터 논의 중”이라며 “향후 사업자 선정 때 좀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코레일 관계자는 “노량진이나 창동 역사의 경우 현재 밟고 있는 사업 청산 절차가 마무리되면 다시 사업자를 선정할 것”이라며 “사업자 선정 기준이 약하다는 지적을 수용해 앞으로는 달라진 기준을 적용해 우량 사업자를 선정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민자역사의 경우 공익 측면도 있는 개발사업인 만큼 사업 부담을 정부와 민간사업자가 함께 질 수 있도록 사업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코레일도 무분별한 민자역사 확충은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