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건강한 생태계로 우리 농업 지키자
2012-01-17 10:48
윤순강 농촌진흥청 농업환경부장
윤순강 농촌진흥청 농업환경부장 |
이렇듯 무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갖고 있는 농업은 인류의 미래다. 하지만 요즘 들어 끊임없이 변화하는 농업환경의 산을 넘기가 쉽지만은 않다. 지난해 우리는 폭우와 폭설, 가뭄 등 예측할 수 없는 이상기후로 가슴을 쓸어내려야만 했다. 기후와 환경오염 등을 비롯한 현 시대 상황의 변화는 농산물 생산여건 즉, 농업생태계를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
농업생태계는 기상조건과 토양환경에 가장 민감하다. 따라서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기상은 농업생산에 직접적인 피해를 줄뿐 아니라 농업생태계의 안정된 구조를 파괴해 식량생산에 위협을 가한다.
이처럼 농업생태계의 구조가 흔들리면 어떤 문제가 일어날까? 이상기후로 가뭄이 오래 지속된다고 가정해보자. 수분이 충족되지 못해 흙이 건조해진다. 건조한 흙엔 소금기와 같은 무기성분이 축적되면서 작물이 자라지 못하는 사막과 같은 흙으로 변하게 된다. 이 같은 염류집적은 작물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농사짓는 과정에서 땅에 뿌리게 되는 많은 물질은 흙 속에 사는 생물에 의해 잘게 분해돼 농작물에 흡수된다. 그런데 이때 생물에 의해 정상적으로 분해되지 않은 상태에서 집중 호우가 내려 하천이나 호수로 흘러들어가게 되면 부영양화를 일으켜 하천, 호수, 바다에서 녹조·적조현상을 일으키게 된다. 아울러 기후변화는 천적과 해충, 벌이나 나비와 같은 화분매개충 사이의 균형을 파괴해 자연적으로 해충을 조절하는 능력도 상실하게 만든다. 이렇게 되면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농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지금까지 비교적 안정적으로 농업생산이 이뤄진 데는 흙과 물속에서 묵묵히 일하는 생물들의 역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유기물이나 무기비료들을 분해해 작물의 성장을 돕는 지렁이류, 톡토기류, 응애류 등은 밭 1㎡당 2만600~4만3000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논도 마찬가지다. 물을 깨끗하게 정화하는 수서동물 280종, 수생식물 70종 등이 농작물 생장을 돕고 있다. 이렇듯 작은 깔다구, 지렁이 같은 생물들이 기후변화로 사라지거나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게 되면 지속가능한 식량생산의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유엔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는 “향후 기온이 2도 정도 상승하면 동·식물의 약 30%가 멸종한다”고 예측하며, 생태계 보존 대책의 중요성을 권고했다.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기후변화는 생물다양성을 위협하는 주요 요소인 동시에 생물다양성의 파괴는 기후변화를 가속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생물다양성이 적절히 유지되는 농업생태계 관리를 통해 농업이 지속가능한 녹색성장을 이뤄갈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소멸되거나 개체군 감소가 예상되는 생물 종에 대한 감시와 보전대책에 나서야 한다. 또한 멸종 위기에 처한 생물들의 새로운 서식지 마련을 비롯해 이들이 이동할 수 있는 생태통로 확충도 필요하다. 더불어 새롭게 우리 땅에 침입하는 외래종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제수단 개발도 이뤄져야 한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기후 위기와 온난화가 전쟁 못지않은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지구온난화 대응을 놓고 모든 국가들이 환경문제에 보다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특히 수질(水質)과 토질(土質) 문제 개선이 시급하다. 적절한 생물다양성의 유지를 통해 흙과 물속에서 이루어지는 생태적 기능들을 회복하고 증진할 때 깨끗한 수질과 비옥한 흙으로 건강한 농산물을 얻을 수 있다.
환경을 지키고 농업생태계를 살려 후세들에게 우리 먹을거리를 전하는 일은 다름 아닌 지금 우리의 손에 달려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