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군인들…아파도 군대에서 죽어라?
2012-01-17 08:58
(아주경제 김현철 기자) 작년 뇌수막염 사망사고를 포함한 군대 내 사망사고가 계속되고 있으나 국방부는 병사들이 외부 도움도 받지 못하게 하는 등 폐쇄적 태도로 일관해 16일 논란이 일고 있다.
유족들은 작년 7월 30일 사망한 육군 35사단 소속 김모(당시 21세) 상병이 국군대전병원에 입원했을 때 어머니가 직접 병간호를 하려 했으나 군은 규정을 내세워 밤에는 병원에서 머물지 못하게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군당국에 따르면 군병원측은 가족뿐 아니라 전문 간병인 역시 민간인 신분이라 야간에 병 간호를 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이에 김 상병의 어머니는 아침부터 저녁 시간까지만 김 상병을 간호 했으며 밤에는 어쩔 수 없이 병원을 나서야 했다.
유족은 군병원이 간호능력도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보호자 출입을 막으면서 김 상병의 병세가 더욱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김 상병의 어머니는 “밤새 밖에서 기다리다 아침 일찍 병실에 가보면 아들이 옷과 침대 시트가 흠뻑 젖은 채로 누워 있었다”면서 “보호자가 아들 간호도 못 하게 막는 규정은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이냐”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군대전병원에서는 군의관의 판단에 따라 일반 환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중환자의 경우 24시간 간병이 가능하다”며 “당시 어떤 이유로 간병이 제한됐는지 현재로서는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다”고 해명했다.
군당국은 김 상병이 처음 고열을 호소할 때 인근 대학병원에서 뚜렷한 병명을 파악하지 못했지만 역시 규정이라는 틀에 박혀 국군대전병원으로 후송했다.
결국 김 상병은 국군대전병원에서 나흘을 허비한 뒤에야 다른 대학병원으로 후송됐으며 그곳에서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지만 치료하기엔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육군 관계자는 이와 관련 “육군 병사가 병을 앓아 후송될 경우 군대 내 병원에서 우선 진료를 받아야 하는 절차를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2월에는 중이염 증세가 있던 훈련병이 수차례 외진을 요구했으나 군이 이를 묵살했고 결국 해당 병사가 자살하는 사고까지 일어났다.
당시 육군훈련소 지구병원 군의관은 외진을 보내달라며 애원하는 훈련병을 쫓아냈고 소대장마저 꾀병환자로 몰자, 훈련병이 이를 견디지 못하고 목을 매 숨진 것.
이에 이 같은 상황이 단순히 일부 군의관이나 지휘관의 잘못된 판단에 따른 것이 아니라 군 전체 조직의 문제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육군복무규율 제25조에서는 ‘군인은 복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진정ㆍ집단서명 기타 법령이 정하지 아니한 방법을 통하여 군 외부에 그 해결을 요청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규정은 1998년 신설된 이후 수차례 문제점이 제기됐지만 여전히 유효하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환자를 치료할 만한 역량도 없으면서 외부의 도움조차 받지 않겠다는 것은 병사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태도”라며 “지휘관들은 자기 자식이 군대에서 아프다고 해도 이렇게 할 것인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