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경제 '일자리 창출'이 관건…실질임금은 늘어날까
2012-01-01 15:00
(아주경제 김선환·박선미 기자) 2012년도 예산의 이름은 ‘일자리 예산’이다. 유럽 재정위기가 확산되면서 수출 둔화가 예상돼, 일자리 창출만이 실물 경기침체를 막을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일자리 확충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일자리 창출 대책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공공부문 일자리가 대부분인데다가 정부의 굳은 의지를 대변할 수 있을 정도의 새로운 정책은 없다는 평가다.
더욱이 지난해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4%로 결정되면서 실질임금 증가율(―3.49%, 작년 9월 기준)이 역대 세 번째로 낮았다. 다행히 올해는 경기악화에 따른 유가 등 원자재가격 하락으로 CPI가 3% 수준이내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 또한 안심하기 어렵다.
◆ '일자리 창출' 폭·질 높아져야
2012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신규취업자가 28만명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보다 12만명이나 감소한 수치지만 수출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제조업 취업자 역시 줄어들 것이라는 계산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우리사회의 아킬레스건으로 떠오른 청년 일자리 부족을 일단 1만4000명의 공공기관 채용으로 처방한다. 작년대비 4000명 늘어난 수준이다. 중소기업과 공공기관 청년인턴을 각각 4만명, 1만2000명으로 확대키로 했다.
하지만 정부의 일자리 대책은 공공부문 일자리의 질을 고려하지 않은 껍데기 정책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공공부문 인건비 예산 총액은 2011년과 다를 것이 없는데 일자리를 더 늘린다는 것은 정부가 나서서 유연근무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청년일자리를 김대중 정부 때부터 이름만 바뀐게 3분의 1을 차지한다”며 “정부가 고용의 질이 아닌 양에만 치중해 성과를 올리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측에서는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민간부문에서 채워지지 않는 부분을 보완하는 것이므로 문제 될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재정부 고용환경예산과 관계자는 “정부에서 내놓는 일자리는 그해마다 유동적으로 부족한 일자리를 채우는 보완재성격”이라며 “한정된 예산으로 고용의 질까지 해결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의 사립대학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는 보완재적 성격이 아니라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곳 아니냐”며 “공공부문보다는 민간부문에서 일자리를 찾도록 방향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좀더 중장기적 관점으로 일자리 대책에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공공부문 일자리가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단기적인 대책인 만큼 이제는 더 멀리 내다봐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고용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민간기업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방법부터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정부와 민간기업이 연계해 위탁하는 사업을 위주로 신규채용을 확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위탁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에 폭넓은 세제 혜택을 주는 등의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며 “기존 대책을 연장하거나 혜택을 소폭 늘리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관련 TF팀을 구성하는 등 의사 교류를 통해 방안을 모색해야 정부의 일자리 대책이 타당하다고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실질임금 올해는 늘까…CPI가 관건
어렵지만 일자리가 늘어난다 하더라도 문제는 실질임금이 후퇴하고 있다는데 있다. 지난해 가계에서 느끼는 경제적 부담은 이미 역대 세 번째로 심각했다. 이는 가계소득은 줄었지만 물가가 천정부지로 오른 탓이다.
한국은행, 고용노동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작년 9월까지 실질임금 증가율은 ―3.49%로 역대 세 번째로 낮았다. 실질임금 증가율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 ―9.31%로 가장 낮았고, 이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8.54%까지 떨어졌다. 1994년 이후 세 번째로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로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작년 경제고통지수(소비자물가+실업률)도 10월까지 7.5에 이르렀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휘몰아쳤을 2008년 당시 7.9(물가 상승률 4.7%+실업률 3.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실업률(3.5%) 덫에 갇혀 국민이 느끼는 고통이 그만큼 컸다는 얘기다.
가계의 경제적 고통은 올해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기 회복세가 늦춰지면서 정부나 한국은행 등은 이미 올해 경제성장률을 당초 예상보다 낮춰 잡은 상태다.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면 실업률 증가와 소득 감소로 가계 경제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