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사이는 하품도 옮는다

2011-12-12 10:04

(아주경제 전재욱기자) 하품을 하면 뇌 주변 혈관에 더 많은 피가 흐르게 된다는 사실은 알려졌지만 하품이 왜 전염되는지는 아직까지 분명히 밝혀진 점이 없다.

이탈리아 피사 대학 연구진은 단순한 친구 사이에서보다는 가까운 혈연 관계에서 하품이 더 전염력이 강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미국 공공과학도서관 학술지 플러스원에 발표했다.

남의 하품을 따라 하는 것은 그 사람과 얼마나 가까운 사이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BBC 뉴스는 이 연구를 인용, 보도했다.

이는 하품이 혈연 집단 내에서 외부에 대한 경계심을 유지하기 위해 진화돼 왔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일부 학자들은 개나 침팬지 사이에서도 하품이 옮으며 사람들 가운데 절반이 이런 반응을 보인다고 믿고 있다.

또 자폐 아동들이 남의 하품을 잘 따라 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감정이입과 하품의 감염 사이에 관련이 있다는 가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연구진은 일상 활동을 하는 다양한 국적의 남녀 109명을 관찰하면서 하품이 전염되는 사례를 기록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하품 전염은 직접적인 혈연 사이에서 일어났다. 친구 사이에서는 이보다 약간 적게 일어나고 단순한 지인이나 모르는 사람 사이에서는 하품하는 횟수가 가장 적었다.

또 지인과 모르는 사람 사이에 하품에 대한 반응의 속도가 느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역시 감정이입과 사회적 친근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 밝혀졌다.

연구진은 “이런 연구 결과는 하품의 전염이 성별이나 국적 같은 요인이 아닌 개인간의 감정적 친밀도에 의해 주로 일어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과학자는 이런 원시적인 무의식적 반응이 인간 뇌의 진화 과정을 밝혀주는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다른 과학자는 “아직까지는 감정이입이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이것을 단순한 자연 반사작용으로 보는 학자들도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