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우리금융 vs 푸르덴셜…동양생명 인수 2파전

2011-12-05 15:55

(아주경제 장기영 기자) 매각 초읽기에 들어간 동양생명 인수전이 한국과 미국 금융자본의 힘겨루기 양상을 띨 전망이다.

5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당초 신한금융지주,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현대차그룹, 기업은행 등 다수 기업이 포함됐던 동양생명 인수 후보군은 우리금융지주와 미국 푸르덴셜파이낸셜그룹 두 곳으로 압축됐다.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과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이미 동양생명 인수에 관심이 없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 막바지 작업으로 동양생명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국내 보험사 인수합병(M&A) 시장 단골손님인 캐나다 생보사 매뉴라이프와 선라이프도 물망에 올랐지만 실제 인수 가능성은 떨어진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유력 후보인 우리금융의 경우 지난 1일 이팔성 회장이 직접 나서 동양생명 인수 의사를 공식화했다.

이 회장은 이날 서울 등촌동 KBS 88체육관에서 열린 ‘한마음 김장 나눔’ 행사에서 “성장 여력이 있는 보험산업에 관심이 많다”며 “동양생명의 값이 비싸 어떻게 할 지 검토해 볼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금융은 이튿날 조회공시를 통해 “비지니스 포트폴리오 최적화를 위해 (동양생명)인수 추진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우리금융은 비은행 부문 사업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며 “영국 아비바그룹과 합작한 우리아비바생명의 규모가 워낙 작아 덩치를 키우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르덴셜생명의 모기업인 푸르덴셜그룹 역시 동양생명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푸르덴셜그룹은 현재 미국 본사 M&A팀을 중심으로 동양생명의 내실과 가격을 저울질하고 있다.

외국계 기업의 국내 시장 M&A는 통상 해외 본사 주도로 이뤄져 국내 법인이 힘을 발휘할 수 없다.

푸르덴셜그룹은 과거 일본 보험사를 사들일 당시 일부 현지 관계자들에게 인수 이후 조직문화를 진단하는 포스트(Post) M&A 업무를 맡겼을 뿐 전반적인 인수작업에서 일본법인을 배제했다.

보험사 인수에 각별한 관심을 표시했던 손병옥 푸르덴셜생명 사장은 M&A에 직접 참여하는 대신 본사를 후방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손 사장은 지난 7월 기자간담회에서 “다른 보험사 M&A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합병 시 시너지 효과를 유발할 수 있는 보험사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들과 M&A 전문가들은 우리금융과 푸르덴셜그룹 간 인수경쟁에서 우리금융의 우위를 점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적정 자본력을 갖추고 있지만 국내 기업과 국외 기업의 M&A 접근방식이 확연히 달라 상대적으로 우리금융에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다.

한 전문가는 “국내사의 경우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감(感)에 따라 지르기식 M&A가 가능하지만 외국사는 지분가격 적정성을 10원, 100원 단위까지 따지는 계산적 접근방식을 선호한다”며 “국내 시장을 잘 아는 우리금융이 동양생명을 인수할 확률이 더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아직 정확한 인수 후보 윤곽이 나오지 않아 다른 금융지주사나 대기업이 경쟁에 뛰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